주요국의 환경 규제 강화로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개발 투자를 늘리는 가운데,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공존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미래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전기차에만 올인하기에는 위험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유럽을 제외한 많은 국가들이 여전히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발전원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고, 전기차 보급이 급격하게 늘어날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인식도 완성차 업체들이 투트랙 전략을 활용하는 이유다.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선진국이 전기차에 올인하면서 중국에 너무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 됐다”며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 유럽 정책은 편협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켄터키주 조지타운에 있는 일본 도요타 엔진 공장 모습./도요타 제공

포드는 최근 전기차 사업 부문을 독립시키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전기차 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은 ‘포드 e’, 내연기관차 사업을 담당하는 ‘포드 블루’로 분리해 업무 중복에 따른 비효율을 줄이고, 두 부문이 각자의 경쟁력을 강화·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사업부 개편을 통해 포드는 전기차 시장 1위 업체인 테슬라를 추격하는 동시에, 내연기관차 생산 역량도 강화할 방침이다.

일본 도요타 역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에 대한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순수 전기차 개발에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도요타는 지난해 12월 ‘배터리 전기차 전략’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10년 내 전기차 30종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 개발과 설비투자에 쓰겠다고 계획한 자금이 자그마치 4조엔(약 40조원)이다.

도요타는 전기차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엔진 개발도 지속할 방침이다. 배터리와 내연기관 엔진이 함께 탑재되는 하이브리드차의 연료 효율을 더 높이기 위한 것이다. 도요타는 최근 미국 엔진 공장 4곳에 3억8300만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내 하이브리드차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제품의 연료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005380)그룹은 전동화 전환에 더 힘을 싣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연구개발본부 내 내연기관 파워트레인 개발을 담당하던 조직을 전동화 관련 조직으로 개편했다. 현대차는 “당분간 내연기관 엔진 개발을 지속한다”는 입장이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작업을 마무리하는 정도로, 내연기관 엔진 개발은 사실상 중단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