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토바이 시장, 특히 상업용 오토바이 시장은 외국 업체들에 점유율 대부분을 빼앗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친환경 기조에 관해서는 아직 경쟁모델이 없고 그동안 닦아온 전기 오토바이 기술로 충분히 해볼만한 싸움이 될 겁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난 홍성관 디앤에이(DNA)모터스 대표는 국내 오토바이 산업 부흥에 자신감을 보였다. 디앤에이모터스는 올해로 창립 44주년을 맞은 대림자동차가 모태이나, 홍 대표는 회사에 대해 ‘이제 발을 떼고 열심히 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오래 전부터 갈고 닦아 온 제조기술을 기반에 두고 있지만 이전과 달라진 상품들과 서비스로 차별화할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홍 대표는 중앙종합금융과 삼성캐피탈을 거쳐 AJ렌터카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입사해 AJ네트웍스 지주부문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이외에 AJ렌터카 대표, AJ M 대표 등을 역임했다. 이후 AJ바이크와 대림자동차의 이륜차 부문팀이 합병해 신설한 대림모터스의 대표를 맡고 2021년 사명을 DNA모터스로 변경했다.

홍성관 디앤에이모터스 대표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 EV트렌드코리아 전시관에서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디앤에이모터스는 1978년 설립된 대림자동차에서 자동차 부품과 이륜차를 생산해 판매했다. 1981년에는 일본 자동차 제조사인 혼다와 기술협약을 맺었다. 디앤에이모터스가 만든 이륜차는 2000년대까지 높은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초 배달 오토바이의 대명사가 된 시티(Citi) 시리즈가 대표 상품이다.

하지만 2003년 오토바이 수입규제가 사라지고 중국과 대만의 중저가 오토바이가 대거 유입되면서 상황이 나빠졌다. 국산 오토바이는 가격 경쟁력을 잃었고, 국내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오토바이 수요가 승용차로 넘어가면서 시장 자체가 축소됐다. 대림자동차는 2017년에 이륜차 사업부를 매각하려다 바이크 렌털 전문 서비스기업 AJ바이크(현 에이렌탈앤서비스)와 합병해 2018년 대림오토바이로 분사시켰다. 대림오토바이는 현재의 디앤에이모터스가 됐다.

홍 대표는 국내 오토바이 시장이 수입산으로 넘어갔지만, 디앤에이모터스는 전동화 기조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는 “디앤에이모터스는 44년간 국내 이륜차 시장을 이끌어온 대림오토바이의 제조기술과 판매·관리망이 있고 여기에 AJ바이크의 렌탈 서비스망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디앤에이모터스의 전기 스쿠터 EM-1S. /디앤에이모터스 제공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오토바이는 12만대에 불과하다. 반면 국토교통부에 등록돼 운행 중인 오토바이 대수는 250만대가 넘는다. 홍 대표는 “신차 시장만 생각하면 너무 작은 시장이라 사업이 안되지만, 250만대의 관리와 서비스를 생각하면 사업 영역이 훨씬 커진다”며 “국내 오토바이 시장은 배달, 즉 상업용 오토바이의 비율이 매우 높고 이때문에 렌탈과 유지보수가 중요하다. 외국산과 다르게 디앤에이모터스는 국내 기업으로서 신차구매 시부터 폐차하는 순간까지 관리하는 데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디앤에이모터스는 전동화 모델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신차 오토바이 12만대 중 2만대(약 17%)는 전기 오토바이였다. 자동차와 비교하면 전기 오토바이의 성장세는 매우 빠른 편이다. 정부는 친환경 모델 판매를 위해 전기 오토바이에 약 50%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디앤에이모터스는 5400대 가량을 판매했는데, 이중 전기 오토바이인 EM-1이 3159대 판매됐다. 배달용 오토바이 시장의 90%는 일본산 오토바이가 장악하고 있는데, 아직 전기 오토바이 중에는 EM-1의 경쟁모델이 없다. 현재 여러 스타트업에서 전기 오토바이를 개발하고 있으며 중국산 전기 오토바이도 유입되고 있다.

홍 대표는 “상업용 전기 오토바이의 한계는 주행거리”라며 “이를 해결하고 전기 오토바이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BSS(Battery Swapping Station·배터리 교환 스테이션)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는 크기가 작아 무거운 배터리를 여러 개 배치하기 어렵다. 배터리를 많이 탑재하면 차제가 무거워져 속도를 내기 어렵다.

디앤에이모터스의 BSS 디스테이션. /디앤에이모터스 제공

디엔에이모터스는 자체 BSS인 ‘디스테이션(D-station)’을 갖고 있다. 그는 “배달기사가 배터리를 갈아 끼우려면 접근성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 디스테이션은 편의점 CU, KT의 공중전화부스를 활용해 수도권에 81기가 깔려있다”며 “올 상반기까지 200기 이상을 더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교환형 전기 오토바이 EM-1S의 배터리를 직접 교환해보니 주유하는 시간보다 훨씬 빠르고 간편했다. 오토바이 안장을 열면 손잡이가 달린 9㎏의 배터리 두 개가 들어있는데, 이를 꺼내 비어있는 함에 넣고 충전이 완료된 배터리를 기존 배터리 자리에 넣으면 된다. 기존 EM-1처럼 충전기를 이용해 충전할 수도 있다.

EM-1S는 한번 충전으로 최대 55㎞를 갈 수 있다. 통상 상업용 오토바이가 하루 100㎞ 내외를 달리기 때문에 하루에 한번만 교체하면 된다. 홍 대표는 “아직 국내에서는 배터리를 교환한다는 개념이 낯설지만 대만 등 다른 나라에서는 흔하다”며 “디스테이션이 더 활성화되고 라이더들이 한번이라도 써보면 굉장히 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관 디앤에이모터스 대표./박상훈 기자

디앤에이모터스는 상업용 오토바이 시장을 장악한 혼다 PCX와 야마하 NMAX(엔맥스)에 대항할 125cc급의 오토바이 UHR125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홍 대표는 “UHR125는 외산모델들의 강점만 차용하고 국내 지형을 고려해 한국 배달기사에게 맞춤형으로 내놓는 제품”이라며 “ABS 브레이크를 앞뒤에 모두 부착했으며 중저속 주행감이 뛰어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디앤에이모터스는 국내 내비게이션 업체 아이나비와 협력해 UHR125 전용 내비게이션도 개발한 상태다.

홍 대표는 디앤에이모터스를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뭐든 제공하는 라스트마일(last mile)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디앤에이라는 이름은 오래 전부터 갈고 닦아온 기본기를 활용하자는 의미”라며 “올해 전기 오토바이와 디스테이션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전기 오토바이를 성공시켜 전기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까지 제공해 국내 소비자의 편리한 이동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