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는 지난 8일 경차 레이의 구조를 1인승으로 바꾸고 짐을 실을 수 있도록 적재량을 늘린 ‘레이 1인승 밴(레이 밴)’을 출시했다. 지난달 20일에는 현대차(005380)가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의 2열 시트를 들어내고 상용모델로 개조한 ‘캐스퍼 밴’을 출시했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가 경차를 경상용 밴으로 구조를 바꾼 모델들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 차량은 ‘자영업자들의 발’로 여겨지던 다마스·라보가 지난해 3월 단종되자 다마스·라보의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나온 상품들이다. 하지만 가격과 적재량, 활용성 등을 비교하면 다마스와 라보를 찾던 소상공인들이 만족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이은현

캐스퍼밴과 레이밴의 가격은 다마스와 라보보다 300만원 이상 높다. 하나의 모델만 있는 캐스퍼 밴은 1375만원, 레이 밴은 프레스티지가 1305만원, 프레스티지 스페셜이 1345만원이다. 다마스와 라보는 900만~1000만원 사이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다마스와 라보보다는 안전사양이 많은 점을 고려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차이로 느껴질 수 있다.

캐스퍼·레이 밴은 다마스·라보와 비교하면 옆으로 넓어지고 높이는 낮아졌다. 다마스와 라보는 좁은 골목길을 쉽게 다닐 수 있는 게 큰 장점이었는데, 캐스퍼·레이 밴은 이런 장점이 다소 사라졌다. 특히 세탁업계는 폭이 좁으면서 전고(차의 높이)가 높은 다마스를 애용해왔다. 적재량도 차이가 상당하다. 다마스 밴은 최대 450㎏, 라보는 550㎏까지 짐을 실을 수 있었다. 반면 캐스퍼밴은 최대 300㎏, 레이밴은 315㎏까지 짐을 실을 수 있다.

다만 캐스퍼와 레이 밴은 LPG 대신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유지비용은 다소 높지만, 주행성능과 연비가 뛰어나다. 1.0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캐스퍼 밴은 최고 출력 76마력에 리터당 연비는 13.8~14.3㎞다. 1.0 가솔린의 레이 밴도 최고 출력이 캐스퍼와 동일하고 연비는 리터당 12.7~13㎞다. 다마스와 라보는 연비가 리터당 8.6~8.8㎞였다.

다마스와 라보는 충격흡수에 강한 프레임보디(보디 온 프레임) 구조였다. 반면 캐스퍼 밴과 레이 밴은 모노코크 보디(유니 보디)로 가볍고 승차감이 좋지만, 충격에 약하고 차체가 휘어지면 원상복구가 어렵다. 다만 탑승자의 안전성에 관련해서는 캐스퍼와 레이가 훨씬 뛰어나다.

적재능력을 강화한 캐스퍼 밴. /현대차 제공

현대차와 기아 외에 중소업체도 다마스와 라보의 수요를 노리고 전기 상용차를 내놓았지만, 각각의 단점이 있다. 대창모터스의 다니고 밴은 최대 550㎏까지 적재할 수 있으나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해오는 탓에 사후서비스(AS) 지연 문제를 겪고 있다. 디피코(163430) 포트로의 적재중량은 250㎏에 불과하다. 디피코는 연내 포트로의 적재 중량을 600㎏까지 늘린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100㎞대로 짧은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중고차 시장에서 다마스와 라보의 몸값은 여전히 높다. 중고차 거래플랫폼 엔카닷컴 시세에 따르면 2021년형 다마스 밴은 대부분 800만~900만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신차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900만원 후반대의 매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두 모델은 이전에도 워낙 인기가 많은 모델들이고, 다마스·라보의 주요 고객 특성상 당장 차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