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정부가 전기·수소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자동차 제작·수입사에 벌금성 기여금을 부과하는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내년부터 적용되는데, 국내 자동차 5사는 목표량만큼 전기차 판매를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환경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기·수소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자동차 업체에 대해 목표 미달 차량 1대당 60만원의 기여금을 내년에 부과하고, 2029년까지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2025년까지는 1대당 60만원, 2026∼2028년에는 150만원, 2029년부터는 1대당 300만원이 부과된다.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 설치된 현대차그룹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이-피트. /연합뉴스

목표를 채우려면 현대차(005380)·기아(000270)는 올해부터 국내 판매량의 12% 이상,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는 8% 이상을 전기차 또는 수소차로 채워야 한다. 국내 자동차 5개 회사 중 전기차종이 가장 많은 현대차·기아의 경우 지난해 전기차 판매 비율은 각각 7%, 5% 수준에 불과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판매량은 각각 72만6838대, 기아는 53만5016대였는데, 전기·수소차 판매량은 각각 5만950대, 2만8998대 정도였다.

올해 국내 자동차 판매량이 작년과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현대차는 8만7000여대, 기아는 6만4000여대를 전기차 또는 수소차로 판매해야 한다. 작년보다 각각 3만4000~3만5000대 이상 많은 수치로, 기아의 경우 전기·수소차 판매량을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는 판매하고 있는 전기차가 거의 없어 현대차·기아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3사는 작년 판매량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각각 4000여대 이상의 전기·수소차를 판매해야 한다. 작년 전기차 판매량을 보면 한국GM은 볼트 EV가 1000여대, 르노삼성은 조에와 트위지가 1000여대 판매됐다.

한국GM의 볼트 EV와 볼트 EUV는 배터리 화재로 인한 리콜 때문에 판매가 미뤄져 언제 다시 출시될지 확정되지 않았다. 르노삼성 역시 추가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은 미정이다. 쌍용차는 작년까지 전기차가 한 종도 없었고 올해 ‘코란도 이모션’ 사전계약을 진행했다. 1주일만에 완판되긴 했으나 올해 생산계획 대수가 1000대에 불과해 기여금을 피할수는 없을 전망이다. 만약 전기·수소차 목표치를 3000대 미달하면 18억원(60만원 × 3000대)을 기여금으로 내야 한다.

업계에선 기여금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전기·수소차를 생산하기도 쉽지 않다. 일각에선 전기·수소차에 대한 단편적인 정책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운행 시에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박용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본부장은 “우리나라는 화력 발전 비율이 높아 주행거리 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비슷한 수준”이라며 “현재 전력생산 비율로는 전기차를 보급해도 전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