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해 탄생한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새해 국내 사업 조직에 대한 본격적인 정비에 나설 전망이다. 먼저 스텔란티스코리아와 한불모터스로 분리된 사업 조직을 통합할 예정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국내 판매 브랜드에 대해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코리아는 PSA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와 비즈니스 통합 논의를 진행 중이다. PSA와 한불모터스 간 계약이 내년 2월 말 종료됨에 따라 푸조·시트로엥·DS 수입 판매를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직접 맡기로 한 것이다. 14개 브랜드를 거느린 스텔란티스그룹에는 이탈리아 고급차 브랜드 마세라티도 포함돼 있지만, 마세라티는 현재 국내 판권을 가진 FMK가 독립적인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스텔란티스코리아는 기존 FCA가 담당하던 지프(JEEP)와 함께 푸조, 시트로엥, DS 브랜드도 함께 관리하게 됐다.

스텔란티스 소속 브랜드 지프의 대형 SUV '그랜드 체로키 L'./스텔란티스코리아 제공

전 세계 무대로 보면 스텔란티스는 판매량 기준으로 도요타·폭스바겐·현대차(005380)에 이은 세계 4위 그룹이다. 하지만 스텔란티스 내 14개 브랜드가 모두 중소 규모라 ‘오합지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스텔란티스 소속 브랜드의 총 판매량은 올해 1만대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4%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새로 출범한 스텔란티스코리아는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높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스텔란티스에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알파로메오가 국내에 들어올지가 관심이다. FCA 소속이었던 이탈리아 알파로메오는 고성능 모델을 생산하는 슈퍼카 브랜드로, 이전부터 여러 차례 국내 출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FCA그룹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회장은 지난 2015 제네바모터쇼에서 “2016년 한국에 알파로메오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고성능 스포츠 세단 ‘줄리아’를 한국 시장에 판매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이후 국내 수입차 시장이 침체하면서 알파로메오 국내 출시는 이뤄지지 못했다.

푸조의 소형 전기 SUV 'e-2008'./한불모터스 제공

그런데 최근 고성능 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알파로메오의 국내 진출 여부에 다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스텔란티스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제이크 아우만 사장이 한국에 부임하기 전 중국에서 2년 동안 알파로메오를 총괄했고, 이 브랜드에 애정이 각별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 알파로메오 모델을 판매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스텔란티스코리아 측은 “대형 SUV 수요가 늘고 있어 알파로메오를 국내에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면 브랜드를 들여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출시가 결정된 이후에도 딜러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가 알파로메오 모델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알파로메오 '줄리아'./알파로메오 제공

PSA의 시트로엥은 판매 실적이 부진해 브랜드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트로엥은 지난 2019년 연간 판매량이 1000대 아래로 떨어졌고, 올해는 600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시트로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차를 내놓지 않았는데, 내년에도 신차 투입 계획이 없는 상태다.

국내의 한 수입차 관계자는 “스텔란티스는 합병 직후 비용이 줄고 수익이 늘어나는 통합 효과를 냈다”며 “국내에서도 판매를 확대하는 한편 서비스 인프라를 통합해 비용을 절감하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