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전세계 완성차 업체를 덮쳤지만, 일본 도요타는 자체 위기 대응 시스템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수년간 위기 대응 시스템과 부품 공급망을 개선한 덕분이다.

도요타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이 차질을 빚어 생산 전체가 마비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일본 르네사스·대만 TSMC 등 반도체 업체와 협력을 강화했고, 신속한 대체품 생산 프로세스를 구축해 부품 공급 과정의 유연성을 확보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혼란을 겪는 사이 도요타는 올해 상반기 전세계 500만대를 판매해 상위 5개 완성차 업체 중 작년 대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다시 반도체 공급난이 재발하면서 도요타도 결국 감산에 돌입했다. 수급난이 장기화하면서 그간 비축했던 재고가 바닥났고, 동남아에 부품 공급망이 집중된 구조 때문에 공급이 차질을 이어졌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지난달 월 생산량의 40%인 40만대를 감산했다.

일본 도요타 미야타 공장 직원이 완성된 렉서스 ES 차량의 도장을 검사하는 모습./조선일보 DB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도요타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는 상황에 대비해 국내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고 국내외 공급망을 체계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자동차연구원은 “이번 반도체 공급난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국내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고, 하위부품 정보 관리와 신속한 대체품 평가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며 “아울러 국가와 지역, 기업 간 전략을 모두 고려한 부품 공급망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수요예측 실패·마이크로콘트롤유닛(MCU) 부족 등으로 올 상반기 1차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겪었지만 곧 회복했다. 하지만 지난 여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동남아 지역의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최근 2차 공급난이 닥쳤다.

특히 반도체 후공정이 집중된 말레이시아는 올해 6월 전국 봉쇄령 이후 공장 셧다운을 반복 중이고, 베트남과 태국의 반도체 생산 공장도 같은 상황에 처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소량 생산, 신뢰성 검증 어려움 등으로 공급 유연성이 부족해 주요 생산국인 동남아의 생산 차질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공급난의 파급력은 심각하다. 미국의 최근 자동차 판매는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세계적으로 차 생산 차질이 지속되고 있다.

2차 반도체 공급난이 닥치면서 자동차 업계는 1차 공급난을 극복한 도요타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연구원은 “공급 위기시 우선협력이 가능한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육성해 그 기업과 직접적 협력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위기 대응을 우선순위로 해서 지정학적 요소를 반영한 공급망 재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