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는 친환경차가 승용차를 넘어 상용차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수십톤의 화물을 나르는 상용차는 힘이 센 디젤 엔진을 주로 사용해왔지만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승용차 시장의 전동화가 가속화되면서 상용차 업체들도 잇따라 친환경 상용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만트럭버스는 오는 2024년부터 순수 전기파워트레인이 장착된 대형 전기트럭 신모델을 양산한다. 만트럭버스는 지난 6월부터 약 4000㎡ 규모 시설에서 전기트럭 시리즈 신모델의 시범생산을 진행 중인데, 우선 1회 완충시 500㎞를 주행하는 전기트럭을 선보인 후 이후 주행거리를 1000㎞까지 늘린 모델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스카니아, 볼보와 함께 유럽 대표 상용차 업체로 꼽히는 만트럭버스는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도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만트럭버스의 뉴 MAN TG. /만트럭버스코리아 제공

지난주 토요타도 그간 추진해 온 수소상용차 개발계획을 공개했다. 토요타는 2023년까지 미국 켄터키에 수소연료전지 모듈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해 토요타의 미국 상용차 공장에서 생산하는 화물용 대형 트럭 ‘XL 시리즈’에 탑재할 계획이다. 또 토요타는 중국 회사 5곳과도 수소연료전지 개발 합작사를 설립해 내년 중 중국 내 트럭·버스에 수소차 시스템을 공급한다는 비전을 공개했다.

수소 상용차 개발에는 많은 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다. 앞서 상용차 업계 강자 볼보그룹도 독일의 다임러 트럭과 손잡고 합작사를 통해 2025년 유럽시장에 수소트럭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로 대형 수소트럭 ‘엑시언트’ 양산에 성공한 현대차(005380)는 지난달부터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 창고를 운행하는 장거리 화물 운송에 엑시언트를 활용하고 있다.

전기차 중심인 승용차 시장과 달리 대형 상용차 시장에서는 수소연료가 더 각광받고 있다. 무거운 화물을 싣고 장거리를 주행하는 트럭에 무거운 배터리를 실으면 주행거리는 짧아지고 충전시간은 길어진다. 반면 수소트럭의 주행거리를 결정하는 수소탱크는 배터리보다 훨씬 가볍고 충전속도도 빠르다.

볼보가 개발한 FE일렉트릭 등 현재 공개된 전기트럭들은 1회 완충 시 주행거리가 200~300㎞에 불과하다. 이날 만트럭버스가 공개한 전기트럭의 주행거리 목표도 겨우 500㎞다. 반면 지난해부터 현대차가 판매중인 수소트럭 엑시언트는 주행거리가 400㎞이며 개발 중인 수소트럭 넵튠은 주행거리가 1000㎞ 이상이다.

현대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현대차 제공

다만 수소연료전지는 가격이 비싸다. 이 때문에 도심 내 근거리 물류 수송을 하는 소형 트럭이나 승객을 태우는 버스에는 전기차가 더 장점이 많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현대차 포터 일렉트릭과 기아(000270) 봉고 EV 등 소형 1톤 트럭 전기차는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포터 일렉트릭의 올해 1~8월 판매량은 1만1169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0% 올랐다.

상용차는 일반 승용차 대비 주행거리가 길어 환경개선 효과가 높다. 이 때문에 정부도 친환경 상용차 보급 확대를 위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친환경 상용차 구매시 추가 보조금 200만원을 지급하고, 차고지‧교대지 등에 급속충전기를 설치해준다. 상생형 일자리 국가사업으로도 친환경 상용차 업체들을 지원한다. 전북 군산 상생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전기버스 업체 에디슨모터스는 지난달부터 중·대형 전기버스와 소형 1톤 전기트럭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디젤엔진 중심이던 상용차 시장에도 배출가스 규제 강화, 탄소중립 등 친환경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친환경 상용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주행거리와 인프라 설치 등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