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두 곳인 미국과 중국에서 상반된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제품 가격을 높이고 중국에서는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저가 모델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이런 투트랙 가격 전략 덕분에 테슬라는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테슬라 모델Y 생산 착수식에 참석한 모습./연합뉴스

29일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미국에서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 가격을 최소 여섯 차례 인상해 5만3990달러(약 6300만원)로 끌어올렸다. 반면 중국에서 모델Y 가격은 올해 단 한 차례만 인상했다. 오히려 테슬라는 최근 중국에서 기존보다 7만1900위안 저렴한 ‘스탠다드’ 모델Y를 27만6000위안(약 4800만원)에 출시했다.

◇ 美·中 시장 환경 고려한 전략 덕분에 이익 증가

테슬라는 2019년부터 중국 상하이 공장을 가동하고, 중국 현지에 공장을 둔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에서 배터리를 공급받으면서 생산 비용을 낮췄다.

물론 미국과 중국에 판매하는 제품의 제조원가가 다르긴 하지만 테슬라가 미국과 중국에 다른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은 두 국가의 상반된 시장 환경을 고려한 ‘전략’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 테슬라 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하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중국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품질 문제로 테슬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확산하면서 브랜드 충성도가 크게 떨어진 결과다. 니오·샤오펑 등 중국 현지 전기차 업체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장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테슬라가 중국 제품 가격을 인하한 것은 악화된 시장 환경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테슬라 쇼룸./연합뉴스

‘안방' 미국에선 가격을 올려 수익성을 개선하고, 중국에선 가격을 낮춰 점유율을 확대하는 테슬라의 전략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테슬라는 2분기(4~6월) 총 20만1250대를 고객들에게 전달해 사상 최대 분기 인도량을 기록했다. 테슬라의 분기 인도량이 20만대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기 순이익은 사상 처음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넘었다. 테슬라는 올해 2분기 매출이 119억달러, 영업이익 13억달러, 순이익 11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순이익은 10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크게 늘었다.

◇ 한국선 고가 정책 유지해도 판매 호조

국내에서도 테슬라 가격 정책에 관심이 크다. 테슬라는 제품 가격을 수시로 변경해 ‘고무줄 가격' 논란이 큰 데, 한국에서는 비교적 고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 한남동의 테슬라 매장./연합뉴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3′의 경우 2019년 8월 처음 출시됐을 당시 판매 가격은 5239만원이었는데, 현재 5479만원까지 올랐다. 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델3 가격은 지난해 3만9990달러에서 현재 3만4190달러까지 낮아졌다. 테슬라의 고급 차종 ‘모델S’ 역시 국내에서는 1억1999만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미국 가격은 7만7990달러다. 우리나라 판매가보다 3000만원 낮다.

테슬라가 국내에서 고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지급하는 상당한 보조금 덕분에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테슬라는 국내에서 1만1629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079대)보다 64.3% 늘어난 것이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3 판매량이 6257대였고, 모델Y도 5316대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