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승용차 구조는 엔진룸·실내·트렁크 등 세 가지 공간이 구분된 3박스 형태가 기본이었으나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인 실내 공간을 극대화한 ‘원 박스(one box)’ 형태의 자동차 콘셉트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하고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실내 공간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아우디는 최근 ‘스피어(Sphere·구)’를 핵심 요소로 하는 스포츠카(스카이 스피어)·세단(그랜드 스피어)·스포츠유틸리티차(SUV·어반 스피어) 등 미래차 콘셉트를 공개했다. 아우디의 미래차에 적용될 이 콘셉트는 하부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4단계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는 것을 가정했다.

아우디가 공개한 스피어 컨셉트./아우디 제공

엔진룸이 필요 없어지면서 프런트 오버행(앞차축에서 차량 맨 앞부분까지 거리)을 크게 줄인 대신,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차축)를 극단적으로 늘렸다. 구체적인 디자인이 공개된 그랜드 스피어 콘셉트의 경우 4도어이지만 도어 힌지(경첩)가 앞좌석 도어의 경우 앞에, 뒷좌석 도어의 경우 뒤에 위치한 코치도어(coach doors) 형태로, 자동차 실내를 앞뒤로 구분하지 않고 한 개 공간으로 조성했다. 아우디는 “앞으로는 세단의 기본 개념은 BMW 7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등이 보여주는 3박스 형태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자동차 실내 공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전환은 차체 디자인과 실내 공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전기차 시대에서는 차 앞 부분을 볼록 튀어나오도록 설계해야 했던 엔진룸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수납공간으로 활용하거나 승용차도 버스처럼 운전석을 맨 앞에 위치시킬 수 있다. 기존 후면의 트렁크 공간을 앞으로 빼거나 아예 차 외부로 옮길 수도 있다.

피닌파리나가 공개한 콘셉트 '테오레마'./피닌파리나 제공

갈수록 발전하는 자율주행 기술도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게 하는 요소다. 상당한 수준의 자율주행이 이뤄질 경우 운전자는 물론 모든 탑승객의 시트를 고정할 필요 없이 시트를 회전하는 스위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페라리를 탄생시킨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 피닌파리나가 최근 공개한 콘셉트에서도 이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피닌파리나의 자율주행 전기차 콘셉트 ‘테오레마’는 1+2+2 시트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설계됐는데, 2열 시트를 젖히면 3열과 연결돼 한 개의 베드가 된다. 항공기 비즈니스석처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미니의 컨셉트 '비전 어바너트'./미니 제공

BMW그룹의 미니(MINI)는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라이프 디자인 컨퍼런스’에서 모빌리티 공간의 혁신적인 비전을 담은 ‘어바너트’를 공개했다. 자동차라기보다는 이동하는 휴식 공간에 가깝다. 재규어는 지난해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벡터’의 콘셉트를 공개했는데, 좌우 대칭의 사각형 모양의 원박스카 형태로 눈길을 끌었다. 슬라이딩 도어가 채택됐고, 4개의 시트는 탈부착이 가능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012330)를 통해 개발 중인 목적기반 자율주행 셔틀 ‘M비전X’를 공개했다. 승객이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좌석 4개가 마련된 이 박스카에서는 유리창이 초대형 TV 화면으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