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M3는 지난해부터 적자로 돌아선 르노삼성을 먹여살릴 구원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첫 판매를 시작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4개국에서는 호평을 받으며 3개월 만에 1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이달부터는 유럽 28개국으로 수출을 늘린다.

지난 22일 서울 시내에서 광주-원주 고속도로를 타고 원주 부근까지 왕복하는 190㎞ 구간을 직접 몰아봤다. 가는 길은 1.3ℓ 가솔린 터보 모델(TCe260)을, 오는 길은 1.6ℓ 가솔린 모델(1.6GTe)을 시속 60㎞부터 130㎞ 속도를 내며 비교 주행했다.

2022년형 XM3.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2022년형 XM3의 외관은 2021년형과 디자인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지난해 출시 당시 국내 첫 쿠페형 SUV로 주목을 받았던 만큼 이번 모델에서도 높이 올라간 지상고와 국산차에서 본 적 없는 쿠페형 루프라인이 눈에 띄었다. 호평을 받은 기본 디자인은 그대로 두고 세부 디자인을 일부 추가했는데 범퍼 하단과 측면 등 군데군데에 크롬 장식을 더했고 소비자 취향에 따라 블랙 투톤 루프, 신규 색상인 소닉레드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

2022년형 XM3의 전면 헤드램프.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내부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목적지를 찾거나 연락처를 검색하기 용이해 타 차량들의 가로형 디스플레이보다 훨씬 편했다. 이전 모델에서는 3번 터치해야 바뀌던 한영키 전환을 한번 조작으로 줄였다. 또 물리버튼을 누른 뒤 화면에서 한번 더 설정을 해줘야 했던 열선과 통풍 시트 컨트롤도 한 번의 스크린 터치로 가능해졌다. 다만 터치스크린의 반응 속도가 느려 1~2초의 공백이 생기는 점은 아쉬웠다.

트렁크 공간은 513ℓ로, 한 눈에 봐도 넉넉했다. 차량으로 캠핑, 차박 등 다양한 목적을 즐기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트렁크 플로어를 낮추거나 높일 수도 있다. 또 2열 좌석을 접었을 때 실내 길이는 최대 209㎝가 되는데, 190㎝가 넘는 성인 남성도 충분히 누울 수 있다는 게 르노삼성의 설명이다. 트렁크 개폐 높이는 최대 118㎝다.

XM3 트렁크는 키 170㎝의 성인이 걸터 앉을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다./민서연 기자

주행을 시작하기 전 르노삼성 측은 회심의 편의사양인 ‘인카페이먼트(In-Car Payment)’로 커피를 구매해 다녀오라고 추천했다. 르노삼성은 모빌리티 커머스 플랫폼 스타트업 ‘오윈’과 함께 차량 내에서 편의점·주유소·카페 등의 편의시설의 상품을 결제하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탑재했다. 신용카드를 미리 자동차에 등록해 놓으면 차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하다. 홈 화면에서 오윈 앱 버튼을 누르니 인근 주유소와 카페 등이 검색됐고, 근처 카페에서 카페라떼 한 잔을 주문했다.

매장 앞으로 이동해 ‘매장 호출’ 버튼을 누르자 잠시 뒤 직원이 주문한 음료를 가지고 나와 창문을 통해 음료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조작이 쉽고 간단해 가맹점만 많으면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카페나 식당의 경우 아직 가맹점이 100여곳에 불과하지만 다음달부터는 전국 1000여 곳의 CU편의점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처음 1.3ℓ 터보 엔진이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는 ‘잘 안나가서 답답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주행이 끝나고 나니 오히려 1.6ℓ 가솔린 엔진보다도 잘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이 없는 고속도로 구간에서 급가속을 하자 살짝 거슬리는 엔진소음이 났지만 속도는 빠르게 붙었다. 1.3ℓ 터보 엔진 모델의 배기량은 1332㏄, 최고출력은 152마력이다.

1.3ℓ 터보 엔진은 고속에서 브레이크가 빠르게 작동하지 않아 불편했는데, 브레이크 민감도는 1.6ℓ 가솔린 엔진이 더 뛰어났다. 이 때문에 고속 주행을 즐기는 소비자에게는 1.3ℓ 터보 엔진이, 출퇴근 및 도심 주행이 주목적인 소비자에게는 1.6ℓ 가솔린 엔진이 더 적합해 보였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1.3ℓ 터보 엔진 성능이 훨씬 뛰어남에도 사용목적에 따라 1.6ℓ 가솔린 엔진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 판매량은 반반수준이다.

2022년형 XM3 내부.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1.3ℓ 터보 엔진 모델은 고속화 도로 및 정체구간 주행보조(HTA) 덕분에 고속도로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HTA는 1.3ℓ 터보 엔진 모델에 탑재된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보조시스템으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과 차선 유지보조(LCA)로 구성됐다. ACC는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전방 차량과 안전 거리를 확보해 편한 주행을 돕는다. HTA를 켜놓으면 지정한 속도로 달리되, 앞차의 정차에 맞춰 사용자가 제동을 시도하지 않아도 속도를 부드럽게 줄인다. 또 차선에 가깝게 붙으면 LCC 기능이 작동하면서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고 차선 중앙을 유지하게 컨트롤해 운전 피로감이 덜했다.

친환경 모델이 아직 예정돼있지 않다는 점은 아쉬웠다. 르노삼성은 유럽 수출모델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새로 추가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출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최근 친환경차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젊은 층에서도 친환경 모델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XM3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되면 친환경차로서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XM3의 크기와 성능은 준중형급 못지 않지만 가격은 소형급으로 지켜냈다. 1.3 터보 모델은 2396만원(개별소비세 3.5% 기준)부터, 가성비를 높인 1.6 가솔린 모델은 1787만원(개별소비세 3.5% 기준)부터다.

XM3 리어램프./르노삼성자동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