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완성차 업체와 기술 스타트업, 글로벌 IT 공룡들이 경쟁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장벽은 ‘전고체(solid-state) 배터리라고 봅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미래 전기차 산업을 재정의할 것입니다.”

독일 뒤스부르크 에센대의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경영학·자동차경제학과 석좌교수는 1일 조선비즈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비용을 크게 낮추면서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배터리 충전 시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꿈의 배터리’로도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 전해질을 고체로 만든 배터리로, 액체 전해질을 쓰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격과 화재에 강하다. 배터리 완충 시 800㎞ 이상 주행도 가능하다.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뒤스부르크 에센대 경영학·자동차경제학과 석좌교수./GLO 제공

그는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006400)가 이 분야에 진출해 있는데, 폭스바겐그룹이 투자한 퀀텀스캐이프와 미국 솔리드파워 역시 상당히 진전돼 있다”고 평가하며 “2030년 이전에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기업 도요타가 일찌감치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선 가운데 글로벌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2025년 시범 생산하고 2030년 본격 양산하겠다고 밝혔고, 독일 BMW그룹 역시 2030년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전고체 배터리 업체 솔리드에너지시스템에 투자했다. 두덴회퍼 교수는 미래에는 철강이나 기계업체가 아니라 전기화학이나 IT 업체가 자동차 회사의 최대 납품업체가 될 것이라고 봤다.

앞서 두덴회퍼 교수는 지난달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미래모빌리티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순수 전기차와 데이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실현될 자율주행차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었다.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면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순수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조선일보 DB

이와 함께 두덴회퍼 교수는 “아시아 국가에서도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전력으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에서도 전기차는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지라고 말했다. 아직은 많은 아시아 국가가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지만, 친환경 발전 비중을 높여 나가면 전기차 보급이 배출가스 감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중국은 앞으로 20년 내 원자력·풍력·태양광 발전 등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발전원을 통해 많은 전력을 생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덴회퍼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고, 그동안 중국 공산당은 발표한 계획을 모두 실행했다”며 “중국은 20년 내 세계적인 기술 리더십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덴회퍼 교수는 또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하면 자동차 업체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자동차 업체들이 낮은 영업이익률을 개선하려면 비용을 더 낮추고 수익성이 높은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과 무선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지능형 자동차는 업체들에 새로운 수익 잠재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만개의 기계 부품을 조립해 완성차를 만드는 제조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인포테인먼트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두덴회퍼 교수는 “완성차 업체들은 스스로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것인지, 구글의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적용할 것인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ID.3를 생산하는 모습./폭스바겐 제공

두덴회퍼 교수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데이터의 활용이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데이터와 관련해 국제 표준을 만드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구권과 중국이 서로 다른 자율주행 국제 표준을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데이터 흐름을 중앙 당국이 제어하는 중국은 데이터 보안도 정부가 보장하겠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 사회에서는 매우 까다로운 암호화와 보안 표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래 교통 체계 역시 다른 모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두덴회퍼 교수는 “모든 도로 사용자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중앙이 관리하는 중국의 시스템은 오늘날 항공관제 시스템과 같이 발전하고, 서구권에서는 센서를 사용해 도시 교통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해 신호등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두덴회퍼 교수는 “데이터 활용이 늘어날수록 회사는 고객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득해야 한다”며 “기업이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다면 고객들은 기꺼이 데이터를 제공(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