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사무·연구직 직원들로 구성된 사무직 노조가 춘투(春鬪·봄철마다 행해지는 대규모 임금·단체협상 투쟁) 시즌을 앞두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 상견례를 요청했다. 지난달 사무노조가 출범한 이후 첫 공식 행보다. 사무노조 위원장은 현대차그룹 자동차부품 계열사 현대케피코의 입사 3년차 이건우 매니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은 전날 정의선 현대차 회장에게 상견례를 요청하는 문서를 발송했다. 사무직 노조는 문서를 통해 “곧 시작될 올해 임단협은 험난할 것”이라며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 아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야하는 회사도, 생산방식의 변화라는 두려움 속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노동자들 또한 물러설 수 없다”고 썼다.

지난 달 29일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가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어 “나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범한 사무노조 역시 퇴로는 없을 것”이라며 “마주앉아 인사를 나누는 상견례 형식의 자리를 제안드린다”고 했다. 사무노조는 정 회장에게 다음달 4일 오후 6시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는 산업별 노조 형식으로 지난달 29일 공식 출범했으며, 현재는 그룹 전체 사원을 대상으로 가입신청을 받고 있다. 출범 당시 인원은 500명으로 집계됐는데 일평균 50명 정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이 이번 임단협에서 당장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임단협 교섭권은 대표 노조인 생산직 노조가 가지고 있다. 이런 경우 사무직 노조는 사측과 별도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교섭분리를 신청하거나 기존 노조와 단일화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아직 출범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사무직 노조는 우선 몸집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 노조는 공정대표의무에 따라 교섭시 소수노조의 교섭요구안도 반영해야하며 교섭 진행 상황도 공유해야한다. 계열사 별로 상황이 다르지만 대표격인 현대차의 사무직 노조는 생산직 노조와 아직까지 소통하고 있지 않아, 우선 노조원을 확충하고 그룹 내 존재감을 알리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이번에 정 회장에게 발송한 상견례 요구안 역시 이 같은 활동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교섭 대표인 현대차 생산직 노조는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국내 투자 및 고용 안정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생산직 노조는 최근 현대차가 미국시장에 8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계획에 반발하며, 해외보다 국내공장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생산직 노조는 최근 배터리 등 미래차 핵심 부품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신성장 사업을 모두 국내에서 연구·생산해야한다는 내용의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