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이달 초 가족 3명이 제주도 여행을 가서 9인승 카니발 차량을 빌렸다. 대형 렌터카 업체가 갖고 있는 차 중에 남아있는 차가 카니발 9인승 뿐이었기 때문이다. 지역 렌터카 업체를 이용하면 모닝, 레이 등 경차나 아반떼같은 중형 세단도 빌릴 수 있었지만, 가격이 대형 렌터카 업체의 카니발 9인승과 비슷해 결국 큰 차를 선택했다. A씨는 “제주도 렌터카 예약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가격도 올라 동남아 여행가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막혀 제주도로 관광객이 몰리면서 렌터카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06만988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4만2258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월 관광객 115만8666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 들어 월별 기준으로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이 100만명을 넘은 것은 4월이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월 기준으로 100만명 이상이 제주를 찾은 달은 작년 8월(113만3095명), 10월(107만8243명), 11월(114만3700명), 그리고 올해 4월 등 모두 4차례다.

지난 2일 제주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한담해변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뉴스1

SK렌터카는 지난 3~4월 제주 지역에서 SK렌터카가 보유한 대부분의 차가 쉬지 않고 운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K렌터카는 차가 얼마나 자주 예약됐는지 파악하는 지표로 ‘회전율’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주도에서 보통 3일간 차를 빌린다고 보고, 한 달(30일)을 3일로 나눠 10점 만점으로 계산한 것이다. 10에 가까울수록 차가 쉬지 않고 운행했다는 뜻이다.

13일 SK렌터카에 따르면 지난 3월 제주지역 SK렌터카 회전율은 8.8, 4월은 8.7이었다. 30일로 환산하면 각각 26.4일, 26.1일 대여된 셈이다. SK렌터카 관계자는 “차를 반납하고 대여해주는 시간, 정비하는 시간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회전율이 8.5 이상이면 하루도 빠짐 없이 예약된 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퍼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던 작년 3월, 4월은 회전률이 각각 5.0, 5.4였다.

이처럼 대형 렌터카 업체들의 경우 차를 예약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SK렌터카는 5월 말까지 대부분의 차량이 예약됐고 카니발 9·11인승, 스타렉스 11·12인승 등 대형차만 남아있다. 롯데렌터카는 상황이 좀 낫지만 인기 차종인 테슬라나 대여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레이, 모닝 등은 예약이 마감됐다. 제주지역 영세 렌터카 업체들은 차종이 보다 다양한 대신 대여료가 높다. 현재 1일 대여료는 아반떼 10만원, 코나 14만원, K8 19만원 수준인데, 대형 렌터카 업체가 보유한 동일 차종보다 가격이 1.5배 가량 높다.

제주 여행을 계획중인 B씨는 “3박 4일 동안 경차 모닝이나 스파크를 빌리려고 했는데 가격이 하루에 10만원에 가깝더라”며 작년 가격보다 4~5배는 뛴 것 같다”라고 말했다. C씨는 “부산, 완도 등 남해에서 배에 차를 선적해서 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차 선적 비용은 왕복 20만원 수준이어서 제주 여행을 길게 가면 렌터카보다 이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