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시장에도 '버추얼'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이 일상화 되면서 3차원 가상세계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메타버스'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사람들은 온라인 네트워크 상에 구현된 3차원 공간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구현해 그 안에서 현실과 같은 생활을 이어나간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메타버스의 유행은 나아가 '버추얼'의 부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사람이 VR이나 모션 인식 등 특수장비를 이용해 가상세계에 구현된 캐릭터의 모습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버추얼 스트리머', '버추얼 유튜버' 등이 국내에서도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 것. 국내 버추얼 시장도 그간 2D 캐릭터를 좋아해왔던 팬층을 기점으로 서서히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고, 이는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을 기점으로 활동하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의 탄생까지 이어지게 됐다. 메타버스와 K팝이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형태로 연결된 것.

25년전 사이버 가수 ‘아담’ 이후 가상세계 아이돌에 대한 시도는 이전부터 계속 있어왔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로 이루어진 K/DA나 걸그룹 에스파의 세계관 속에 등장하는 ae-에스파가 그 예다. 다만 이는 버추얼 아이돌 자체의 인기로 보는 것 보다는 기존의 게임 팬층이나 목소리를 맡은 현실 아이돌 멤버 인지도 등의 영향력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을 갖는다. 이 가운데 데뷔와 동시에 음원차트 1위를 달성했던 이세돌(이 세계 아이돌)의 성공은 온전히 ‘버추얼 아이돌’만의 힘으로 대중적으로 흥행을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줬다.

이처럼 버추얼 아이돌의 성공 사례가 쌓이면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엔터사들이 ‘버추얼 아이돌' 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지난 1월 25일 데뷔한 ‘메이브’는 넷마블에프앤씨의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합동으로 제작한 4인조 가상 걸그룹이다. 움직임은 댄서들의 모션 캡처로, 목소리는 실제 보컬을 기반으로한 AI로 만들어졌다. 메이브는 지난 1월 28일 MBC ‘쇼! 음악중심’에 출연해 데뷔곡 ‘판도라’를 선보이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판도라’ 뮤직비디오는 공개 13일만에 천만뷰를 넘어섰다. 화제성 면에는 여타 신인 아이돌그룹을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보이그룹 시장에도 이미 ‘버추얼’ 바람이 불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남성 버추얼 유튜버로 구성된 국내 최초 버추얼 보이그룹 레볼루션 하트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5인조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가 정식으로 데뷔했다. 플레이브 역시 ‘쇼! 음악중심’에 출연해 데뷔곡 ‘기다릴게’ 무대를 꾸미며 공중파 데뷔까지 끝마친 상태다.

이밖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1월 진행한 버추얼 걸그룹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 ‘소녀 리버스’를 통해 탄생된 5인조 걸그룹 피버스를 론칭한다. 피버스는 오는 9일 오후 6시 데뷔곡 ‘CHO(초)’를 발매하고, 하루 전인 8일 오후 9시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미니 쇼케이스를 개최해 데뷔곡을 최초 공개할 예정이다. 또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에스파 세계관의 등장인물인 ‘나이비스’의 솔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나이비스는 지난 2일 발매된 에스파의 신곡 ‘Welcome To MY World’의 피처링을 맡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다만 나이비스의 경우 메이브와 마찬가지로 목소리까지 AI로 구현한 ‘AI 가수’라는 차별점을 가진다.

여전히 버추얼 아이돌을 향한 거부감이나 부정적인 시선들을 존재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이는 대부분의 K팝 팬들이 특정 그룹을 좋아하는 배경에는 단순히 춤이나 노래만이 아닌, 멤버 개개인의 관계성, 카메라 밖에서 보여주는 의외의 모습들, 그동안 쌓아왔던 서사 등이 기반이 돼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의 버추얼 아이돌의 경우 단순한 가상의 캐릭터에 불과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이같은 문제점은 해소된다. 비록 형체는 가상세계에만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에 없는 완전한 허구의 존재는 아니라는 것. 더군다나 만화 속에나 존재할법한 비현실적인 외형을 구현해낼수 있다는 점도 버추얼 아이돌의 장점 중 하나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팬들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을 하는 모습은 팬들의 ‘덕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아직 버추얼 아이돌 시장은 시작단계고, 앞으로 해결해나가야할 문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계속되는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대중에게 다가가다 보면, 버추얼 아이돌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K팝 시장에 녹아드는 시대도 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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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블래스트, 유튜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OSEN=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