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이 먹던 아이스크림, 빨라쪼 델 프레도(이하 빨라쪼)가 한국으로 넘어와 해태제과식품(101530) 품에 안겼지만 영 힘을 못 쓰고 있다. 15년간 누적적자만 110억원에 달한다.

그래픽=정서희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빨라쪼의 지난 1분기 매출은 10억4067만원, 당기순손실은 3억5400만원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당기순손실 5억3076만원)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빨라쪼는 해태제과식품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08년에 인수한 회사다. 빨라쪼는 지난 2002년에 한국 판권을 가진 피디에프코리아를 통해 한국에 들어왔는데, 이 회사 지분 100%를 약 62억원에 해태제과가 인수했다.

인수 과정은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가 주도적으로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훈 대표는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사위다.

빨라쪼의 부진은 15년간 이어지고 있다. 인수 이후 기록한 누적적자액은 110억원. 2008년 당시 빨라쪼의 지분의 취득원가(62억원)를 고려하면 산 금액보다 더 큰 손실을 냈다.

계속된 손실에 유상증자도 여러차례 나섰지만 상황 반전이 쉽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해태제과식품은 3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지난 2019년 약 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은 이후 3년 만이다. 빨라쪼는 2011년과 2013년에도 해태제과로부터 각각 15억원과 25억원을 추가출자 받기도 했다.

채무보증 부담도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해태제과는 54억원의 빨라쪼의 채무보증도 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빨라쪼의 프랜차이즈 지점이 더 늘어나야 수익이 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가맹점 70곳이 넘어야 본부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는 약 60곳에 불과하다. 당초 해태제과는 빨라쪼를 인수한 이후 2012년까지 전국에 150개 매장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직영점이 힘을 못 쓰는 것은 프랜차이즈 매장 확장의 큰 걸림돌이다. 빨라쪼의 직영점은 한 때 30곳까지 늘었지만 현재는 11곳으로 줄었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직영 매장을 출점할 때는 수익이 극적으로 오를 만한 위치를 선정하는데 이런 점포개발에서 실패를 맛본 셈”이라고 했다.

원가비중이 높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과일향이 아닌 과일 원자재를 포함시키고 국내산 생우유와 유크림을 사용하고 있다보니 경쟁사보다 원가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이스크림에 대한 가격 저항력 때문에 판매 가격을 무한정 올릴 수 없어 수익(마진)이 크지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처음 포부는 SPC그룹의 베스킨라빈스(비알코리아)와 롯데웰푸드의 나뚜르 등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업체들과 한판승부를 펼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결국 이 시장의 최종 승자는 베스킨라빈스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미국식 아이스크림 대비 이탈리아 젤라또 아이스크림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낮은 데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감소가 불가피했단 점이 있다”면서 “유상증자로 투자여력도 생긴만큼 내년에는 흑자전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