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다방, 은화수식당, 심야식당 치치. 10여년간 주부로 살던 한경민(56) 한경기획 대표가 지난 2010년부터 만들고 운영해 온 외식 브랜드다.

가맹점 한 곳으로 시작한 한경기획은 10여년 후인 지난해, 연 매출 390억원의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 2015년 시작한 떡볶이 전문점 청년다방은 가맹점 수가 450개를 넘어섰고, K-푸드 열풍을 타고 태국, 베트남에도 진출했다.

한 대표가 직접 경영하는 브랜드는 5개지만, 한경기획 직원들이 기획하고 창업한 사내 벤처에서 만든 브랜드 7개를 합하면 13개가 된다.

직원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커피 전문점 파란만잔을 비롯해 후토루, 솔솥, 고방채, 소울한우, 삼덕통닭, 제주곤이칼국수 등이 한경기획의 관계사에서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다.

한 대표는 2010년 ‘오븐에 빠진 닭(오빠닭)’ 가맹점주로 시작해, 기업 규모를 불려가며 차근차근 내실을 쌓았다. 하지만 한 대표가 승승장구하기만 한 건 아니다. 세번째 도전한 프랜차이즈 ‘블랙스미스’에서 상당한 손해를 봤다.

이후 서울, 경기 북부, 부산을 제외한 전국 봉구비어 프랜차이즈 지역 본부로 가맹점을 900개까지 확장 후 정리하면서 회사를 키웠다.

한경민 한경기획 대표가 18일 서울 마포구 한경기획 사옥에서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떡볶이 전문점 프랜차이즈 청년다방 시계를 들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이민아 기자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한 대표는 “실패에서 배웠다. ‘이렇게만 안 하면 가맹점 본사로서 잘 할 수 있겠다’고 타산지석으로 삼았다”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업 이야기를 할 땐 야무짐이, ‘경단녀’에서 다시 시작할 때의 심경을 말할 땐 ‘꺾이지 않는 마음’이 한 대표에서 느껴졌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회사 이름이 한경기획이다. 본인 이름에서 따왔나.

“그렇다. 결혼하고 살다 보니 내 이름이 사라진 것 같았다. 십여년을 엄마 아내 며느리로 살았다. 잃어버린 이름을 찾고 싶었다. 이 다음에 내가 창업하면, 꼭 내 이름을 넣어야겠다 생각했다.”

-2010년 창업하게 된 계기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노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집에서 살림하는 걸 사람들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이 보고 밥 세끼 하고 빨래 하면 잠 잘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이 많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집에서 뭐 하느냐’고 한다. 주부의 일을 노동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다.

주변에서 아이 키우고 하면서 나보다 주부를 오래한 언니들이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는 것을 자주 봤다. 아이들과 남편은 나가서 돈도 벌고 성공하는데, 혼자 뒤쳐져있는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스트레스를 겪고 싶지 않았다.”

-주부로 살다 사업을 시작할 때 두려움은 없었나.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주변 사람들이 안 될 거라고 말렸다. ‘집에서 밥이나 하라’는 말을 자꾸 들으니 오기가 생겼다. ‘꼭 해내야지’ ‘절대 돌아가지 않을거야’하고 더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됐다.

-청년다방 기획 과정이 궁금하다.

“8년 전쯤, 해외에 갔는데 한국 떡볶이집에 서있는 줄을 봤다. 그래서 김밥, 떡볶이를 고급화해 프리미엄 K-푸드를 해외에 알리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2015년에 천호동에 1호점을 내고 시작한 브랜드였다.

그런데 한국에서 뜻하지 않게 대박이 났다. 당초 한국에는 가맹점 30개만 열려고 했는데, 450개까지 열게 될 줄 몰랐다. 떡볶이 가격을 1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대신, 간식이 아닌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했고 매장은 복고 분위기를 냈다.”

청년다방 매장 사진./한경기획 제공

900호점까지 확장했던 봉구비어 운영 경험담을 들려달라.

“봉구비어는 3개 회사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지역을 나눠서 영업했는데 그 중 한 곳이었다. 경기 북부, 서울, 부산을 제외한 전국 매장을 관리했다.

900호점까지 했으니 많이 벌었겠거니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사업 구조를 잘못 짜서, 가맹점들에게 한달에 20만원만 받는 조건이었는데 운영이 쉽지 않았다. ‘초기에 물류, 유통 구조 등을 잘 설계했다면 달라졌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경기획은 직원들도 마음껏 창업할 수 있도록 기업 문화를 갖췄다고 들었다.

“단순히 프랜차이즈 본사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파는 사업으로 정체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항상 직원들에게 ‘무조건 도전해보라’고 권한다. 뜻하지 않은 사업에서 대박이 나기도, 오래 준비했는데도 부진할 수도 있다. F&B는 많은 시도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사내 벤처는 능력있는 직원들을 곁에 둘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들이 회사를 나가 경쟁사를 만들도록 하는 것보다는, 내부에서 마음껏 원하는 걸 해볼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직원은 자신이 기획한 브랜드의 본부장, 대표가 되고 주식을 갖게 된다.”

-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하나.

“브랜드 기획 초반에는 한경기획 사옥에서 업무를 본다. 한경기획의 재무, 회계, 마케팅, 디자인, R&D 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초기 프랜차이즈 본사가 모든 부서를 갖추고 시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런 사내벤처들이 2~3년 내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걸 목표로 열심히 육성한다.”

- 한경기획이 추구하는 방향 또는 비전이 있다면.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F&B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사업 아이템 발굴부터 사업 모델 구상, 인력, 투자금 유치 등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회사)’로 나아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자 비전이다.

15년간 프랜차이즈 분야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여기에 한경기획에서 개발하고 있는 기술을 종합해 예비 최고경영자(CEO)들의 밀알 같은 아이디어가 대형 F&B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프랜차이즈 본사로서, 업계 선배로서 예비 F&B CEO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고 지원해 같이 발전하고 싶다.”

- 최근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남들이 금방 따라할 수 없는 특허 등 여러 기술을 융복합한 F&B 브랜드를 고민하고 있다. 가령 최근 시작한 ‘룸의 정석’ ‘논다노래타운’이라는 브랜드는 IT를 접목한 노래방이다. 봉구비어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어서 금세 추격자들이 많았었다. 이런 점이 아쉬웠다.”

- 가맹점 운영 원칙이 있다면.

“‘항상 소통하라’다. 본사가 점주들에게 일방적으로 공지하는 게 아니라, 서로 이야기하고 피드백한다. 소통을 위해 점주가 의견을 보낼 수 있는 전용 스마트폰 앱도 지난 2020년에 만들었다. 본사에서 하는 일을 정리해 ‘청년 뉴스’라는 뉴스레터도 보낸다. 시장의 흐름, 트렌드를 알려주고 있다. 점주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채로 시간이 가면 오해가 깊어지고 본사도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

◇한경민 대표는

▲한경기획 대표이사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이사 ▲한국아시아 우호재단 이사 ▲외식 프랜차이즈 진흥원 부회장 ▲K-Food 스타트업 지원 ‘K-STREAT(태국)’ 대표 ▲블랙탑바리스타학원 대표이사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음식서비스, 식품가공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 운영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