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빙과 시장 약 85%를 차지하는 빙그레와 롯데제과가 연초부터 연달아 가격을 올렸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제조원가 상승을 이유로 한차례 가격을 인상했는데, 일 년이 채 되지 않아 또다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독과점 시장을 양분하는 두 회사가 비수기 겨울철을 틈타 가격을 수차례 인상하는 것과 관련 정부가 꼼꼼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해부터 먹거리 물가가 줄줄이 인상되는 가운데 서울 시내 마트에 아이스크림이 진열되어 있다. /뉴스1

27일 롯데제과는 빙과 제품 56종의 가격을 내달 1일부터 5~20%가량 인상한다고 밝혔다. 주요 제품으로는 스크류, 죠스바가 기존 500원에서 600원으로 인상되고, 월드콘, 찰떡아이스, 설레임은 기존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오른다. 나뚜루 파인트 제품 10종은 1만2900원에서 1만4900원으로 오른다.

롯데제과는 “가격 인상은 원재료, 포장재 등 거의 모든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한데다 인건비, 물류비,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 제반 경비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에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빙그레(005180)는 롯데제과 보다 이틀 앞서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빙그레는 지난 25일 메로나, 비비빅을 비롯한 주요 바 아이스크림 제품 7종과 슈퍼콘 등 콘 아이스크림 제품 2종의 가격을 내달부터 평균 20% 인상한다고 밝혔다.

빙그레의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 역시 대표 제품인 ‘부라보콘’을 비롯한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을 예정했다. 해태아이스크림도 내달 중 바·콘 아이스크림제품 전 품목의 가격을 20%가량 인상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원가 부담이 한계에 다달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하지만, 과점 시장인 빙과 시장의 특성을 이용해 선택권이 많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빙과 시장은 2020년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합병하면서 양강 체제가 굳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 점유율은 롯데제과가 44.1%, 빙그레 26.7%, 해태아이스크림 14%로 84.8%가량을 차지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장 점유율 1위, 2위 업체가 연이어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아이스크림 수요가 높은 시기도 아닌데 두 업체가 나란히 가격을 인상한 데 대해 정부 기관에서 들여다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두 회사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영업이익율을 높이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는 2020년 10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2021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그러자 빙그레는 지난해 3월 주요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최대 25% 인상했다.

이후 빙그레의 영업이익율은 개선됐다. 4~5%의 영업이익율을 보이던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직후인 2021년 연결기준 매출액 1조1147억원과 영업이익 262억원을 올리며 영업이익율은 종전보다 낮아진 2.29%를 보였다. 가격인상 직후인 올해 빙그레의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 1조11억원, 영업이익 484억원을 올리며 4.79%의 영업이익율을 보였다.

롯데제과 역시 지난해 5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롯데푸드와 합병을 공식화했다. 이후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2조원을 넘어섰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롯데제과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2조1768억원, 영업이익은 92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매출액 1조5967억원, 영업이익 956억원을 올렸다.

외형은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낮아진 셈이다. 롯데푸드와 롯데제과는 지난해 2월 가격 정찰제와 할인 폭 조정을 통해 사실상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상했는데, 또 한차례 인상을 통해 수익성 제고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가격 결정권은 제조사에 있지만 기업의 입장만 내세우면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업도 적정 가격을 맞춰야 시장이 장기간 성장할 수 있고, 이익율 높이기에만 매달린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연승 한국서비스마케팅 학회장(단국대 교수)은 “시장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다면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지만, 기업도 적정 가격을 유지해야 시장 전체가 장기간 유지·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며 “비용 인상에 대해서도 기업 입장만 생각해 즉각적으로 소비자가에 전가한다면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학회장은 “특히 인수·합병을 한 기업의 경우에는 내부적인 효율화 부분을 충실히 이행해 인수 합병의 효과가 소비자 혜택으로도 돌아가게 해야 한다”면서 “이는 뒷전에 두고 이익율을 높이기에만 매달린다면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