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제조사가 제품을 ‘특수영양식품’, ‘특수의료용도식품’, ‘기능성표시식품’으로 판매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표시·광고 자율심의 수수료가 올해부터 오른다. 해당 산업의 성장으로 스타트업의 진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관련 협회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통보로 인해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암 경험자들의 건강한 회복을 위해 풀무원이 선보이는 ‘암환자용 식단형 식품' / 풀무원 제공

6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기능성·의료용 식품 표시·광고 자율 심의를 진행하는 한국식품산업협회는 다음 달부터 1차 표시·광고 자율심의 수수료를 인상하기로 했다. 종전에는 심의를 한번 신청할 때 가짓수가 여러 개더라도 수수료는 15만원만 내면 됐다.

그러나 올해 심의부터는 품목 수가 2개 이상이면 각 품목에 대해 1만5000원의 수수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가령 한 번의 심사에 10가지 제품에 대해 ‘기능성 표시 식품’ 표시·광고 자율 심의를 신청하던 업체의 경우 기존에는 15만원만 내면 일괄적으로 심의를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 심의부터는 기본 심의 수수료 15만원에 9가지 품목에 대한 추가 수수료 13만5000원을 더 내야 심의를 받을 수 있다.

식품 제조사가 제품을 ‘특수영양식품’, ‘특수의료용도식품’, ‘기능성표시식품’으로 판매하려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록된 자율심의기구로부터 심의를 받아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등록된 자율심의기구는 ‘한국식품산업협회’와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단 두 곳뿐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존에는 품목이 많더라도 1건으로 처리해왔으나 추가 품목이 많아 행정력이 소모되는 부분이 컸다”면서 “추가 품목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품목에 대해 보고서와 제품이 일치하는지, 원재료가 일치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봐야 해 애로사항이 있어 부득이하게 인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사전 논의 없이 결정된 심의 수수료 인상이 시장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특수의료용·기능성 식품 등 ‘케어푸드’ 시장 규모는 2014년 7000억원 수준에서 2021년 2조5000억원으로 성장했고, 2025년에는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케어푸드의 경우 그 수요가 개인별 맞춤형 등으로 다양해져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가 적합한데, 품목별로 심의 수수료를 받는다면 부담이 훌쩍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가령, 특수영양식품, 특수의료용도식품을 식단 형태로 구성해 제공하는 업체의 경우 주메뉴에서 약간의 변주를 줘 식단 종류를 다양하게 갖춰야 해, 심의 대상 품목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수수료 인상에 따른 부담이 상당히 늘어나게 된다.

특수의료용도식품으로 환자용 식단을 제공하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현재 600여 개의 메뉴를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용 식단을 제공하게 된다면 심의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가뜩이나 심의 기간도 길고, 민간 기관에서 진행하는 심의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오는 상황에서 심의 수수료를 올린 데 대해 부담이 크다”고 했다.

덩치가 큰 식품 제조사에도 이번 수수료 인상이 부담이긴 매한가지다. 특수영양식품을 제조하는 한 종합식품 제조사 관계자는 “사전에 인상에 대한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면서 “수수료 자체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연간 계획을 수립했는데, 갑자기 인상 결정을 알려와 부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