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바야흐로 ‘와인의 계절’이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 무렵은 전 세계적으로 와인 매출이 가장 높은 시기다. 와인을 일상적으로 마시는 유럽과 북미권에서도 평소보다 비싼 와인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권에서도 연말 분위기를 내기 위한 와인 수요가 급증한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와인 다섯병 중에 한병은 12월 한달에 팔린다. 이마트24에 따르면 12월이 한 해 와인 매출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달했다. 특히 12월 22일부터 31일 사이 열흘간 매출은 12월 매출 중에서도 절반 이상(52.8%)을 차지했다.

와인업계가 웃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연말 와인을 고르는 일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렴풋이 와인과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소비자일지라도 때와 장소, 상황과 메뉴에 맞는 와인을 궁리하다 보면 사기 전부터 스트레스가 쌓인다.

평생에 걸쳐 와인을 마셔 온 외국 소비자들도 같은 고민을 한다. 그래서 이맘때면 여러 와인 전문 매체와 전문기자들은 앞다퉈 크리스마스에 마실 만한 와인 리스트를 꼽는다.

연말 저녁 식사 자리에 오르는 메뉴 가운데는 고기 요리가 많다. 그저 레드 와인이라면 모든 고기 요리에 잘 어울린다고 말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최선의 조합이 있다. 특히 피노 누아 포도 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은 이런 리스트에 좀처럼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로 꼽히는 잰시스 로빈슨은 올해 연말 모임에 어울리는 와인 44종 가운데 10종을 피노누아 품종 와인으로 꼽았다. 4병에 1병 꼴이다.

그는 2001년부터 매년 수십종씩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와인을 꼽고 있는데, 피노누아 품종 와인이 이 리스트에서 빠진 적은 단 한 해도 없다. 전 세계 양조용 포도가 대략 1500여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 모임용 와인으로 피노누아가 차지하는 입지는 굳건해 보인다.

그래픽=손민균

연말에는 일상적인 상차림보다 특별한 음식을 고르는 경우가 잦다. 이들 메뉴 가운데 상당수가 여러 허브나 향신료를 쓴다. 가장 일반적인 구운 소고기 스테이크라고 해도 향이 강한 허브 로즈마리가 올라간다.

서양 요리에서는 연말 육류요리에 크랜베리나 라즈베리 소스 혹은 민트 소스를 자주 곁들인다. 라즈베리 잼을 곁들인 칠면조 요리, 치미추리 소스와 함께 먹는 아르헨티나식 소고기와 치킨 구이는 크리스마스 만찬의 정석이다. 치미추리 소스는 고수(실란트로)와 파슬리, 오레가노 같은 허브에 올리브유와 소금을 섞어 만든 고기 요리 양념이다.

와인 전문가들은 이런 메뉴일수록 달지 않고 입 안에서 쓴 맛이 많이 느껴지는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 와인보다 체리나 딸기 맛과 향이 전면에 나서는 피노누아 품종 와인을 고르라고 추천한다.

이런 소스에 등장하는 크랜베리나 라즈베리 향은 잘 익은 피노누아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에서 나오는 가장 상징적인 향이다. 민트와 파슬리 향 역시 포도 줄기를 함께 넣어 양조한 피노누아 품종에서 드러나는 특징이다. 소스와 비슷한 향을 가진 와인을 머금으면 입 안에서 소스처럼 요리에 착 달라붙는 경향이 있다.

다만 관건은 가격이다. 어느 요리에나 잘 맞는 와인을 소비자들은 가만두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피노 누아 산지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피노누아 품종 와인 가격은 매년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와인 거래 가격을 지수화한 ‘리벡스 와인 지수’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150개 와인 평균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27%가 올랐다.

프랑스산 피노누아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미국 캘리포니아산 피노누아는 연말 음식에 맞출 만한 훌륭한 대안이다. 미국산 피노누아는 보통 프랑스산 보다 체리나 딸기 맛과 향이 강한 편이다.

라 크레마 소노마 코스트 피노누아는 이런 미국 피노누아가 가진 미덕을 잘 보여준다. 이 와인은 미국에서 자란 피노누아 포도를 사용해 만들지만,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에서나 사용하는 양조 기술을 상당 부분 적용했다.

포도를 신선하게 수확하기 위해 굳이 서늘한 밤에 손으로 포도 열매를 따는 수고를 기울인다. 이렇게 얻은 포도 열매는 최소 2회 이상 꼼꼼히 선별해 밭뙈기 별로 크기가 작은 발효조에서 익힌다.

이런 과정을 거친 덕에 라 크레마는 유명 와인 매체 와인앤스피릿(Wine & Spirits)이 선정한 ‘미국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에서 가장 인기있는 와인(Most Popular Restaurant Wines)’에 수시로 꼽히고 있다.

이 순위는 미국 전역에 걸친 레스토랑 와인 담당자에게 매년 마지막 분기에 가장 많이 팔린 와인 10종류를 지명해 만든다.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다는 의미는 그만큼 레스토랑에서 내놓는 어떤 음식과도 와인이 두루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라 크레마 소노마 코스트 피노누아는 2017년에는 국내에서도 ‘일반인 소비자가 선정한 최고의 신대륙 피노누아’로 뽑혔다. ‘2022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는 신대륙 레드 와인 부문 대상을 받았다. 국내 수입사는 나라셀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