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테크 스타트업 ‘에이아이포펫’이 만든 반려견 건강 관리 앱 ‘티티케어’가 창업 2년만인 지난 6월 미국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티티케어는 반려동물의 눈과 피부 사진을 찍어서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리면 11가지의 눈 질환 관련 이상 징후를 안내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5가지 피부병 징후도 진단 가능하며, 이를 토대로 “가까운 동물 병원에 가보라”고 조언한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의 수의사들과 시범적으로 협업했다.

에이아이포펫은 유기견 보호소, 애견카페를 돌며 강아지들의 눈을 촬영해 가며 이상 징후를 진단할 수 있는 표본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정상 상태의 강아지 눈과 이상 징후가 있는 강아지의 눈을 구분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구축했다.

단순히 ‘정상 상태가 아니다’를 넘어, 어떤 증상으로 이상 징후가 있는 것인지도 앱 사용자가 알 수 있도록 질환마다 약 1만개의 사진 표본을 확보했다.

허은아 에이아이포펫 대표가 29일 서울 관악구 에이아이포펫 서울사무소에서 미소짓고 있다./이민아 기자

티티케어를 개발한 허은아 에이아이포펫 대표를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에이아이포펫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허 대표도 나이 든 강아지를 키우는 반려인이다. 이름은 토리.

허 대표네 토리는 12세 푸들, 노령견이며 그의 가족이다. 허 대표는 “나이가 들면서 눈도, 피부도 안 좋아져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허 대표는 자신의 휴대폰을 집어 들고 토리가 피부병을 치료하는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려견에 대한 진한 애정이 느껴졌다.

그는 “티티케어를 매일 쓰면서 제가 키우는 반려견의 피부병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병원에 다녀 고칠 수 있었다”며 “어디가 아픈지, 불편한지 말 못하는 강아지들의 건강을 확인하고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허 대표는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20년차 AI, 빅데이터 전문가다. 그는 2020년 에이아이포펫 창업 첫해에 포스코 IMP 경진대회에서 수상했고 2억5000만원의 창업 자금 투자를 받았다. 건국대, 서울대 등의 수의학 전문가들이 라벨링에 참여한 100만개 이상의 사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상 징후를 판별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병원에서 ‘아픈 눈’으로 진단했던 사진들을 모아서 AI 시스템에 학습시키고, 정상적인 눈 사진도 따로 시스템에 학습을 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시스템에 새로운 사진을 입력했을 때, 증상이 있는 눈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판별해 앱 이용자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에이아이포펫은 잠재력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혁신기업부문에서 2022년, 2023년 2년 연속 수상했다. 포브스가 꼽은 아시아 ‘100대 유망기업’에 선정됐고 농림축산식품부가 꼽은 유망 스타트업인 ‘이달의 A벤처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엔 포스텍홀딩스, 신한젠티움, 아이디벤처스로부터 1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 불황기인 최근에도 코리아에셋과 기업은행 등으로부터 13억원을 투자받았다.

허은아 에이아이포펫 대표가 안구에 질환이 있는 강아지 모형을 안고 있다./이민아 기자

티티케어는 지난 2020년 10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소프트웨어 최초로 동물용 의료 기기 허가를 받았다. 정부의 의료 기기 허가는 ‘신빙성이 떨어진다’면서 티티케어를 앱 장터에 등록하지 못하게 했던 구글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허 대표는 “네이처 자매지의 논문을 근거로 만든 앱이라고 해도 구글이 요지부동이었다”며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심사 담당자가 농식품 분야에도 펫테크 산업이 접목돼야 한다는 혁신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덕분에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심사가 4개월만에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기자도 인터뷰 도중 12세 몰티즈 반려견의 양쪽 눈 사진을 찍어 ‘티티케어’ 앱에 전송해봤다. ‘이상 징후’가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허 대표는 “이 앱에서 안내해 주는 이상 징후의 정확도는 평균 90%”라며 “앱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했을 때 전문의에게 상담받고 잘 관리 받게 되면 진료비를 줄이고 조기에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에는 수의사들 사이에서는 티티케어가 ‘원격 진료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허 대표는 티티케어를 ‘진료’를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을 가야할 때를 알려주는 서비스라고 정의한다.

허 대표는 “가까운 동물 병원을 안내하고, 나아가 전문의에게 온라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에이아이포펫은 지금도 반려동물의 질병 사진 데이터를 모으고, 구분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허 대표는 “반려견이 걷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관절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 치아 사진을 찍어 질병의 징후를 알아볼 수 있는 기능을 개발했고, 검증을 마치면 곧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응급 상황에 대한 판단도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도 밝혔다. 허 대표는 “반려견이 갑자기 구토하고, 설사하고, 혀 색깔이 바뀌거나 동공이 풀릴 때 너무나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라며 “24시간 병동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반려견을 데리고 바로 병원으로 가야할지,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도 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미국 시장 진출은 에이아이포펫의 새로운 도전이다.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해외 시장에서 비대면 진료 회사와 연계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시범적으로 동물병원들과 협업하고 있다.

허 대표는 “현재 사용자는 2000명 정도”라며 “미국에서는 수요에 비해 수의사가 적은 편이어서, 오히려 수의사들이 경증 질환은 앱을 통해 비대면 진료로 해결해달라는 요구를 한다”고 말했다.

에이아이포펫의 롤모델은 미국의 비대면 진료 회사인 ‘퍼스트벳’이다. 퍼스트벳은 수의사와 영상 통화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그 안에서 상담, 보험 등의 기능들을 모두 관리할 수 있다.

허 대표는 “한국보다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 먼저 이런 서비스를 시작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은아 대표는

▲경상대 전자계산학과 ▲포항공과대학원 정보통신 석사 ▲LG CNS 데이터분석 사업 팀장 ▲포스코 ICT 기술자료검색팀

[제작지원: 2022년 FTA분야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