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031440)가 소비자 대상 베이커리 사업을 강화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주력이었던 급식과 외식 사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시장 위축으로 실적 악화에 빠져서다.

시장에선 신세계푸드가 이미 베이커리 회사가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닮은 캐릭터 ‘제이릴라’를 앞세운 베이커리 매장까지 운영하고 있다. 베이커리 사업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26%로 올라섰다.

신세계푸드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운영하는 베이커리 매장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 /조선비즈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26일 미국의 베이글 맛집으로 꼽히는 아인슈타인 브로스의 생지(굽지 않은 반제 제품)를 활용한 ‘밀크앤허니 베이글’ 3종을 출시했다. 90% 초벌한 뒤 급속 동결한 ‘파베이크’ 상품이다.

파베이크는 에어프라이어로 가열할 시 ‘갓 구운 빵’과 같은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이 회사는 2020년 9월 전용 파베이크 ‘밀크앤허니 바질치즈 치아바타’를 출시한 이후 지난해 식빵, 크로와상, 까망베르 치아바타 등으로 파베이크 상품군을 확장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베이커리 상품을 개발하는 별도의 조직 규모를 기존 15명에서 18명으로 키우는 등 꾸준히 신제품 출시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베이글을 시작으로 바게뜨 등으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빵집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SSG푸드마켓 1층에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를 열었다. 화성에서 온 고릴라(제이릴라)가 우주의 이색 빵을 선보인다는 취지로 오로라 베이글 등 60여종 메뉴를 갖췄다.

B2B(기업 간 거래)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로 사업 전환에 나선 신세계푸드가 베이커리를 신성장동력으로 정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내식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베이커리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은현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5년 3조7319억원이던 국내 베이커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2812억원으로 성장했고 2023년에는 4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신세계푸드 파베이크 판매량은 전년 대비 88% 증가했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간식 정도에 머물렀던 빵이 이제 한 끼 식사가 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빵지순례’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맛있는 빵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커리 사업은 신세계푸드의 실적 악화 버팀목으로 역할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었던 사내 급식이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위기에 빠졌지만, 베이커리 사업이 성장하며 신세계푸드의 실적도 개선세로 돌아섰다.

신세계푸드 지난해 매출은 1조3280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7% 늘어난 규모로 이 중 26%가량인 3500억원을 베이커리 사업에서 올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내 급식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으로 줄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급식부문 등 저수익 사업장을 철수하고 대신 베이커리 사업을 꾸준히 강화했다”면서 “홈 베이킹 수요의 증가와 온라인 강화가 맞물리면서 베이커리 제조 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는 베이커리 사업을 계속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이마트(139480) 자양점과 가든파이브점, 명일점 등 11개 매장에서 시범운영했던 ‘새벽빵’ 서비스를 현재 전국 이마트 매장으로 확장했다.

새벽빵은 신세계푸드가 개발한 베이커리 상품을 이마트 매장에서 직접 구워낸 뒤 당일 SSG닷컴이 직접 배송·판매하는 서비스다. 신세계푸드는 새벽빵 제품 종류도 기존 식빵 등 4종에서 호밀빵, 발효밀빵 등 11종으로 늘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선 신세계푸드의 국내 양산빵 시장 점유율은 10%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 “사실상 베이커리 기업”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