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CJ올리브영이 기업 가치 올리기에 한창이다.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야 상장과 동시에 이재현 CJ(001040)그룹 회장의 자녀인 이경후·이선호 남매가 보유한 지분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선호 CJ제일제당(097950) 식품전략기획1담당은 11.09%, 이경후 CJENM 부사장은 4.26%의 CJ올리브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상장과 동시에 보유한 CJ올리브영 지분을 매각해, 향후 CJ그룹 경영 승계 자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이은현

◇올리브영 상장, CJ 경영권 승계의 핵심...지분 매각 자금으로 CJ우선주 매입 예상

올리브영의 IPO는 CJ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다. 이들 남매가 CJ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보유한 회사 주식이 올리브영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이경후·이선호 남매가 CJ올리브영 IPO 후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현금으로 CJ지주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경후 부사장과 이선호 담당은 작년 프리IPO 때 구주 2.65%, 6.88%를 처분해 392억원과 1018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두 남매는 현재 CJ의 신형우선주(CJ4우)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늘려가고 있다. CJ4우는 발행된지 10년이 되는 2029년 3월 보통주로 전환된다.

대신 전환 전까지는 의결권이 없어 주식 가격이 일반주보다 저렴하다. 25일 종가 기준 CJ일반주는 1주에 7만6700원, CJ4우는 1주에 6만7800원에 거래됐다.

이 부사장은 작년 3분기 동안 CJ4우를 매입해 신형우선주 지분율을 22.72%에서 24.19%로 늘렸다. 이선호 담당도 신형우선주 지분율을 22.98%에서 25.16%로 늘렸다.

현재 CJ 일반주 80만2692주(2.75%)와 신형우선주 106만3268주를 보유 중인 이 담당의 CJ그룹 지분율은 신형우선주가 일반주로 전환하면 5.97%로 증가한다.

◇상장 앞두고 ‘H&B스토어’서 ‘옴니채널 플랫폼’ 전환

상장을 앞둔 CJ올리브영은 최근 회사의 사업 모델을 ‘옴니채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오프라인 H&B(헬스&뷰티)스토어를 뛰어넘어 온·오프라인을 결합해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CJ올리브영의 구상이다.

CJ올리브영은 화장품, 위생용품, 건강용품 등을 취급하는 국내 H&B스토어 시장을 85% 점유하고 있다. 사실상 시장을 평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GS리테일(007070)의 랄라블라, 롯데쇼핑(023530)의 롭스, 이마트(139480)의 부츠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시장에 도전했지만 이마트는 사업을 접었고, GS리테일과 롯데쇼핑 모두 고전하고 있다.

실적도 긍정적이다. 지난달 10일 CJ올리브영은 올해 취급고가 전년 대비 13% 늘어난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예상 순매출액은 2조1000억원으로 2020년 순매출(1조8739억원) 대비 12.1%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이 실적 발표 시 ‘매출’ 대신 ‘취급고’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을 주목한다. 취급고는 물건을 매입하지 않고 중개 역할만 하는 거래액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주로 온라인 쇼핑몰이나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표현이다. CJ올리브영의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는 “시장과 소비자가 인식하는 올리브영과 우리가 생각하는 올리브영 간에 괴리가 있는 것 같다”며 “2022년을 H&B를 넘어 건강한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옴니채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 매장

CJ올리브영이 옴니채널 플랫폼으로서 선보이는 첫 서비스는 ‘오늘드림’이다. 오늘드림은 고객 주소지와 가까운 매장에서 주문 상품을 포장·배송하는 서비스다.

전국 1260개의 올리브영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최대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올리브영의 온라인 주문 중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발송하는 물량은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기업가치 4조원…이마트 시총보다 비싼 올리브영

CJ올리브영은 작년 11월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예상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받았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모건스탠리, KB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가 공동 주관사를 맡았다.

투자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의 몸값이 과도하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작년 3월 상장을 앞두고 진행한 프리IPO에서 글랜우드PE로부터 4100억여원을 투자받을 때 인정받은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1조8360억원이었다. 이를 1년만에 2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은 무리한 계획이라는 것이다.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 예상액 4조원은 유통업계 대기업들의 시가총액을 상회한다. 24일 2시 기준 이마트의 시가총액은 3조7439억원, 신세계의 시가총액은 2조2988억원,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은 2조2886억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