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276730)가 국내 수제맥주 기업 중에선 처음으로 ‘맥주 4캔 1만1000원’ 대열에 합류한다. 수제맥주 인기에 힘입어 매출은 늘었지만, 적자 폭은 오히려 커지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서다.

지난해 5월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후 약 7개월여 만에 주가가 공모가(3200원) 아래로 떨어진 것도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

1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오는 2월부터 편의점 등에서 진행해 온 ‘4캔에 1만원’ 행사를 ‘4캔 1만1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 판매하는 맥주의 출고가도 10%가량 올린다. 제주위트에일과 제주거멍에일 355㎖는 1400원에서 1540원으로, 제주펠롱에일 355㎖는 1500원에서 165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제주맥주가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첫 제품으로 내놓은 ‘제주위트에일’. / 제주맥주 제공

제주맥주의 이번 가격 인상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글로벌 물류대란에 따른 운임 상승으로 수입맥주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국내 수제맥주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돼 왔기 때문이다.

수입맥주 1위 업체인 하이네켄코리아와 버드와이저 등을 수입·판매하는 오비맥주는 작년말 맥주 4캔 1만원을 1만1000원으로 올렸다. 제주맥주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됐던 2019년 아사히 맥주 등의 판매 감소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제주맥주 가격 인상은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맥주 공부를 한 문혁기 대표가 2015년 설립했다. 2017년 첫 제품인 ‘제주 위트 에일’ 출시 이후 수입맥주의 전유물로 불렸던 4캔 1만원 행사를 가장 먼저 시작, 국내 수제맥주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그래픽=이은현

그러나 법인 설립 이후 7년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더 확대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작년 1~9월까지 7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전년 동기(23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3배 커졌다.

이는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11일 증권시장에서 제주맥주는 251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공모가(3200원)보다 22% 가량 떨어진 것이다. 상장 첫 거래일(지난해 5월26일)에 장중 6060원까지 오른 것과 비교하면 7개월만에 58% 가량 내린 셈이다.

제주맥주는 작년 5월 수제맥주 기업 중 처음으로 테슬라 요건을 부여받아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시점부터 적자 기업 상장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기술력이 있는 적자 기업에 부여되던 테슬라 요건을 맥주 회사에 적용한 것이 옳은 지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코스닥 시장은 적자가 4년 연속되면 관리종목, 5년 연속되면 상장폐지를 적용한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13억원의 흑자 전환을 목표했지만, 사실상 요원해졌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판매가 인상은 원부자재 상승, 물류비 급등으로 인한 결정”이라면서 “수출 다각화 등 중장기적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