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농심(004370)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상무(구매 담당 임원)가 부장에서 승진하며 ‘3세 경영’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다. 창업자인 고(故) 신춘호 회장은 56년간 농심을 이끌며 국내 1위 라면 기업으로 키웠고 신동원 회장은 미국 등 해외에서 성과를 냈다. 신 상무는 선대 회장이 일군 사업을 물려받아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는 한편 신사업을 발굴해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농심은 부친이 회장으로 승진한 뒤 장남이 대표이사 체제에서 경영 수업을 받는 관례가 있다. 신동원 회장은 최근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병학 생산부문장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박준 부회장과 공동 대표이사가 됐다. 신춘호 회장도 1992년 회장 승진 당시 이상윤 부회장에게 대표이사를 맡겼고 신동원 회장은 상무·전무를 거쳐 1997년 대표이사가 됐다.

신상열 농심 상무. /농심 제공

농심은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신 상무는 신춘호 회장의 주식을 상속받아 올해 3분기 기준 농심 지분 3.29%와 농심홀딩스(072710) 지분 1.41%를 갖고 있다. 신 상무는 1993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9년 농심에 입사했다. 경영기획팀 대리와 부장을 거치며 예산 및 기획 업무를 맡았고 이번에 구매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식품 기업의 구매 담당은 원재료 값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기존 협력 업체를 관리하고 가격 인상 요인을 방어해야 하는 자리다.

농심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7%, 14% 감소한 291억원, 253억원이었다. 매출은 3% 증가한 6730억원이다. 농심은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79%를 차지하고 있지만 후발 주자들이 뛰어들며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라면의 주재료인 소맥의 이달 평균 가격은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부셀(27.2㎏)당 789.78센트로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했다.

신 상무는 경영 수업을 받으며 제2의 신라면이 될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비건과 콜라겐 등을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올해 초 채식주의 브랜드 베지가든을 선보이고 비건 레스토랑을 열겠다며 셰프 채용 공고를 냈다. 또 단백질 연구를 확대해 콜라겐 시장에도 진출했다. 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 등 기능성 성분 제품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심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로 주력하는 분야가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농심이 가진 연구개발(R&D)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원 회장은 20대 초반 농심 해외사업부 사원으로 입사해 미국사무소, 자재부 등을 거치며 30대에 동경지사장으로 올랐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 진출하며 신라면 누적 매출 10조원 시대를 열고 해외 수출을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신 상무의 신사업 발굴에 농심의 미래가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