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급식’ 논란이 일었던 군이 50여년 만에 급식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식재료 조달은 기존 수의 계약 방식이 아닌 전량 경쟁 조달 방식으로 전환하고, 식단 편성에 장병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

국방부는 14일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대책은 급식에 대한 장병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군은 장병들을 식단 편성에 참여시키고 장병 만족도 조사결과를 급식 식재료 조달에 반영하기로 했다.

SNS에 올라온 군대 부식 급식 사진. /페이스북 캡처

흰 우유 등 선호도가 떨어지는 급식 메뉴는 퇴출된다. 흰 우유는 올해에만 급식으로 393번 지급됐다. 군은 흰 우유 급식을 내년엔 올해의 80% 수준인 313회로 줄이고, 2023년엔 60% 수준인 235회로 줄인 뒤, 2024년부터는 완전 폐지할 방침이다. 흰 우유가 빠진 자리에는 장병 선호에 따라 초코우유나 딸기우유, 두유 등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우리 쌀 소비를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됐던 군납 가공식품의 쌀 함유 의무 규정도 폐지하기로 했다. 조리병의 수고를 덜고 맛 보장을 위해 김치도 임가공 김치가 아닌 완제품 김치를 보급하도록 했다. 축산물 납품 방식도 변경된다. 내년부터 돼지와 닭 등 축산품 납품이 마리당 계약에서 부위별·용도별 계약으로 바뀐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한민국 단체급식 중에서 정해진대로 먹는건 우리 군밖에 없었다”며 “과거의 왜곡된 구조가 이번에 정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 급식비도 대폭 인상한다. 군은 내년 하루 기본급식비를 올해(8790원) 대비 25% 인상된 1만1000원으로 책정했다. 2024년에는 1만5000원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식자재 조달은 기존의 수의계약에서 단계적으로 경쟁체제로 전환된다. 기존 농·축·수협과의 수의계약은 2024년까지는 유지하되 계약 물량을 올해 기본급식량과 비교해 내년 70%, 2023년 50%, 2024년 3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낮춘다. 오는 2025년부터는 군 급식에 납품되는 식자재 조달을 전량 경쟁조달 방식으로 하게 된다.

경쟁조달 체계에서 군납 비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장병들이 참여해서 같이 식단을 짜고 이후 결과를 피드백으로 받기 때문에 (군납비리는) 굉장히 어렵지 않나 싶다”며 “국가에서 군납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비대면 체계인 전자조달체계를 통해 진행하기 때문에 계약대상자와 직접 만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가의 반발에 대해서는 국내산 원칙, 지역산 우선구매 등의 원칙으로 갈등을 조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존 농·축·수협도 요구조건을 갖추면 언제든지 우선 고려한다”며 “국가계약법상 계약 대상자를 (대기업 등으로)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농가에선 군 급식 제도 개편에 대해 “경쟁 조달 체계가 도입되면 군납 농가들은 판로를 잃고, 경쟁입찰에 강한 대기업만 유리해질 것”이라며 “경쟁 입찰이 저가 경쟁으로 이어져 장병 복지가 악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급식기업에선 “식자재 유통·관리를 시스템화한 기업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부실 급식으로 홍역을 앓은 군이 장병 복지 향상과 먹거리 안전 강화를 위해 전면적인 개편에 나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보훈·복지단체와의 급식류 수의계약도 내년부터 폐지한다. 보훈·복지단체에 수의계약으로 배정된 피복류도 내년부터 차츰 줄어 2025년 이후에는 전량 경쟁조달로 전환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보훈단체가 납품하는 일부 물품 중 장병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제품만 썼던 통조림류와 면류, 소스류, 장류 등에 걸친 16개 품목도 내년부터는 대기업 제품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군 관계자는 “현행 군 급식체계는 지난 50여 년 간 큰 변화 없이 공급자 위주의 식자재 조달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양질의 친환경 무상급식을 경험한 MZ세대 장병의 다양한 요구 수준과 국민적 눈높이에 호응하지 못하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