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BTS 세트가 대박나면서 감자튀김 수요가 급증했는데, 맥도날드와 롯데리아에 감자튀김을 공급하던 업체들이 수요가 늘어난 맥도날드에 우선 공급한 걸로 보입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롯데GRS 게시판의 한 사용자)

롯데리아가 때아닌 감자튀김 실종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전날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롯데이츠에 올린 공지문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해상 운송이 불안정하여 포테이토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매장에 따라 준비된 포테이토 재고가 소진될 경우 단품 판매는 일시 중단되며, 세트 메뉴에 포함된 포테이토는 치즈스틱으로 변경하여 제공해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롯데리아 군자점.

점주들은 “고객들에게 감자튀김 없이 햄버거를 먹으라고 하라는 거냐”며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롯데리아 본사가 점주들에게 냉동감자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임을 내부 공지한 것은 주말을 몇시간 앞둔 11일 금요일 늦은 저녁이었다고 합니다. 재고가 부족한 일부 매장에선 본사에 추가 발주를 넣었으나 입고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주말 특수를 날린 일부 점주들은 “냉동감자는 유통기한이 3년이나 되는데, 본사가 보관비용을 핑계로 충분한 재고 물량을 확보하지 않아 가맹점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맥도날드의 BTS 세트 때문 아니냐는 설(設)도 제기됐습니다. 맥도날드가 지난달 27일 전세계 50여개국에서 출시한 ‘더 BTS 세트’는 햄버거 없이 감자튀김과 맥너겟 10조각, 음료, 스위트 칠리·케이준 소스로 구성됐고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 박스에 담겼습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선 BTS 세트 판매 첫날 팬과 배달원이 몰리면서 일부 매장이 폐쇄됐고 일본, 중국, 프랑스 등 BTS 세트가 출시되지 않은 국가에선 빈 포장지가 43달러(4만8000원)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세트 판매가 5900원의 8배에 달합니다. 맥도날드로 감자튀김 공급이 몰리며, 롯데리아에서 품귀 현상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겁니다.

2021년 5월 출시된 ‘The BTS 세트’는 맥너겟 10조각, 후렌치 후라이(M), 음료(M)와 한국맥도날드의 레시피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스위트 칠리 및 케이준 소스로 구성됐다. / 한국맥도날드 제공

그러나 롯데GRS는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는 감자튀김 공급업체가 달라 BTS 세트 인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미국 심플로트, 램웨스턴, 캐나다 맥케인푸드 등 북미 대형회사들로부터 감자튀김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상당수 업체들이 2~3곳 업체들로부터 분산 공급을 받고 있는데 롯데리아는 심플로트에서, 맥도날드는 타사에서 공급 받는 물량이 많다고 합니다. 롯데GRS의 한 관계자는 “컨테이너선 운임이 치솟으며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배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지 타사 제품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롯데GRS의 말대로 최근 컨테이너선 수배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지난 11일 전주 대비 90.86 포인트 오른 3703.93을 기록해 2009년 10월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5월 둘째주부터 5주 연속 상승세 입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해상운송 물동량이 조금씩 늘어났는데 항만의 선적·하역 작업이 지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중국 항구 근로자들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물류 처리 작업도 지연되고 있습니다.

그래픽=송윤혜

점주들은 ‘왜 이런 일이 롯데리아에서만 벌어지는 거냐’며 항의하고 있습니다. 맥도날드, 버거킹, 맘스터치, 신세계푸드(노브랜드버거) 등 국내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감자튀김 수급과 관련해 “차질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통상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을 감안해 1~2개월치를 미리 확보해두기 때문에 재고가 갑자기 부족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국내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롯데리아의 대처가 선뜻 이해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감자튀김 공급업체도 대체로 비슷하고, 컨테이너선 운임이 치솟는 것도 모두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공급 측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유통업계에선 이번 사태에 대한 점주들의 분노는 본사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결과라고 봅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외식 수요가 급감하며 롯데GRS는 19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적자 전환은 2015년 이후 5년 만입니다.

가맹점주들의 근심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지난 4월 19일에는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롯데리아 전산망에서 오류가 발생해 전국 상당수 매장이 제대로 배달 주문을 접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 전산망은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과 각 점포를 연동하는 통합 시스템이어서 점주들은 이 시간 매출을 날려야 했습니다. 회사 측은 저녁시간 주문이 몰리며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진한 매출에서 비롯된 점주들의 불만과 세계적인 스타 BTS를 모델로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경쟁사에 대한 부러움이 ‘감자튀김 BTS 실종설'을 만들어낸 것 아닐까요. 롯데GRS는 “롯데리아는 매장 수가 1300개에 달하는 만큼 구매 규모가 크다”며 “수요예측을 잘못한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입항, 물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 17일쯤 정상화될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