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생활용품도 적은 비용으로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관련 기업들은 소비자 타깃을 세분화하며 프리미엄 상품군을 늘리는 추세다.

그래픽=정서희

지난해 롯데홈쇼핑에서 가장 주문이 많았던 치약은 치아미백을 강조한 LG생활건강(051900)의 ‘유시몰 치약’이다. 이 치약(106g)의 정가는 1만5900원으로 일반 치약보다 3배 이상 비싸지만, 2022년 출시 후 반년 만에 100만 개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2만원대 치약과 바디워시 등을 판매하는 LG생활건강(051900)의 프리미엄 브랜드 전용 자사 몰 ‘밀리언뷰티’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올해 소비 위축 등으로 전반적인 매출이 감소했지만 유시몰, 명약원 메디케어 등 고급 생활용품의 매출은 성장세였다”고 말했다. 명약원 메디케어는 ‘죽염’의 프리미엄 라인이다.

세제도 예외가 아니다. 애경산업(018250)의 프리미엄 세제 브랜드 ‘리큐 제트’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 늘었다.

고급 생활용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적은 돈으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충족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들어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의 노화, 건강 등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머리카락, 치아와 관련된 제품들도 신경 써서 구매하는 추세다”라며 “고물가로 소비가 위축됐지만 이런 종류의 소비재는 프리미엄이라고 해도 소비자들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가격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생활용품 업계에서는 고급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 저성장을 탈피하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의 헤어 케어 브랜드 미쟝센은 지난해 모발 강화 기능을 추가한 ‘이너플렉스’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상품군을 확대했다. 프리미엄 상품은 기존 제품대비 가격이 20~30% 높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생활용품에 대해서도 탈모, 치아 불소 기능 등 구체적인 요구가 있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생활용품 산업군 자체가 수익성이 좋지 않은 구조인데 타깃을 세분화해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려고 한다”라고 했다.

생활용품은 필수 소비재의 특성상 안정적인 저성장을 이어가는 품목 중 하나다. 지난해 생활용품 대형 3사(LG생활건강·애경산업·아모레퍼시픽)의 총 매출액은 3조원으로, 2017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3%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달미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생활용품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프리미엄화를 통해 꾸준히 마진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생활용품은 수출 비중이 적기 때문에 향후 수출을 통한 매출 성장 여력도 크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