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뷰티 공룡 세포라가 국내 시장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포라코리아의 매출은 13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76억원으로 21%, 당기순손실은 202억원으로 36% 늘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99억원, 자본금은 26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황이다.

그래픽=손민균

세계 1위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전개하는 세포라는 2019년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1호점을 내며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면서 사세를 확장하지 못했다. 원래 목표는 2022년까지 14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것이었으나, 현재 4개 매장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지난해 명동점을, 지난달에는 여의도 IFC에 있던 매장을 폐점했다.

세포라는 전 세계 36개국에서 30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지만, 국내 시장에선 현지화에 실패했다는 평이 많다. 취급 품목이 글로벌 중고가 브랜드로 한정돼 있어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CJ가 운영하는 토종 화장품 편집숍 올리브영이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한 것도 세포라가 입지를 키우지 못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올리브영은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발굴해 입점시키고, 파격 할인과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확대해 사세를 확장했다.

지난해 CJ올리브영의 매출은 2조7775억원으로 전년보다 31.7%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97% 증가한 2714억원, 당기순이익은 117% 늘어난 208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오프라인 점포 수는 1289개다.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가 계속되면서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던 H&B스토어 랄라블라가 지난해 말 철수했고, 롯데쇼핑(023530)이 운영하던 롭스도 일부 롯데마트 매장을 제외한 가두점을 닫았다. ‘한국판 세포라’라 불리는 신세계(004170)백화점의 시코르도 2017년 1호 매장을 연 이래 현재 23개 매장을 운영하는 데 그친 상황이다.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포라코리아 대표에 취임한 노현우 대표는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기조에 맞춰 국내 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올 하반기부터 단독 상품을 강화하고, 새로운 형식의 매장을 출점하는 등 국내 시장에 맞는 리브랜딩 전략을 통해 사세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선 세포라 모 회사가 최근 경영권 매각에 나선 토종 화장품 브랜드 미샤(운영사 에이블씨엔씨)의 인수에 눈독 들이는 이유가 국내 세포라 사업의 시너지 확대를 위해서란 해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에이블씨엔씨(078520) 매각 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와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진행한 예비입찰에 LVMH의 뷰티 계열사이자 세포라 모 회사인 LVMH P&C가 참여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산업의 성장 포인트는 가격 측면에선 럭셔리(Luxury·고급)보다 매스(Mass·대중)가 각광받고, 제품 측면에선 피부 관리보다 색조 수요가 늘고 있으며, 채널 측면에서는 올리브영의 성장이 압도적”이라며 “브랜드의 혁신성과 채널 유연성, 아이디어 마케팅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