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005390)의 실적 호조로 모기업인 가나안의 실적이 껑충 뛰었다.

가나안의 최대 주주(82.43%)인 염태순(69) 신성통상 회장의 외아들 염상원(30)씨도 두둑한 배당을 챙기게 됐다.

2일 가나안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2년 회계연도(2021년 9월 1일~2022년 8월 31일)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59% 증가한 4103억원, 영업이익은 135% 늘어난 668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825억원으로 전년 대비 385% 증가했다.

그래픽=손민균

당기순이익이 영업이익을 역전한 이유는 영업이익과 함께 영업외수익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분법 이익이 2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53%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지분법 이익이란 자회사의 순이익을 지분율만큼 인식한 것으로, 가나안의 자회사인 신성통상과 에이션패션의 순이익 증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가나안은 나이키, 아디다스 등에 납품하는 가방을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수출(OEM) 업체다. 탑텐, 지오지아 등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의 지분 41.8%, 폴햄을 운영하는 에이션패션의 지분 46.5%를 보유하고 있다.

신성통상 그룹의 지배구조는 ‘염상원→가나안→신성통상→해외 생산 계열사’로 이어지는 형태다. 상원씨가 자회사들의 지분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가나안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룹의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가나안은 작년 7월부터 현재까지 신성통상 지분 7.9%, 에이션패션 지분 10.5%씩을 사들였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오너 2세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조처라는 해석이 나왔다.

2020년 신성통상 과장으로 입사한 상원씨는 현재 신성통상의 재무 담당 부장 겸 물류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다. 가나안의 사내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당기순이익 증가로 가나안은 역대 최대인 2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분율을 대입하면 상원씨의 몫은 약 165억원으로 추정된다.

6월 결산법인인 에이션패션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581% 증가하면서 지난 9월 100억원을 배당했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약 46억원) 두 곳에서 받은 상원씨의 배당금이 211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이는 염 회장(약 73억원)보다 3배가량 많은 수치다.

반면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신성통상은 6월 결산인 2022년 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무배당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신성통상은 이 기간 매출이 1조4658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늘었다. 영업이익은 1399억원으로 88%, 당기순이익은 767억원으로 166%가 각각 증가했다.

업계 일각에선 2세 승계를 앞둔 오너일가가 향후 외아들의 지분 상속 과정에서 발생할 증여세 부담을 덜기 위해 장남에게 이익이 가는 모기업과 자회사에만 고배당 성향을 유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지난 4월만 해도 4000원을 넘었던 신성통상의 주가는 28일 종가 기준 2235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주주가치 제고를 등한시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신성통상 측은 재무구조가 취약해 배당에 무리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2023년 회계연도 1분기(2022년 7월~9월) 기준 차입금 의존도가 44.5%인 만큼 재무건전성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회사의 실적이 좋아진 건 맞으나, 3000억원대의 차입금을 상환하는 게 먼저”라면서 “주가 하락으로 인한 주주들의 불안감을 이해하고 있으며, 실적 관리 등 회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최근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신성통상 주식을 매입한 이유는 오너 2세의 지분 확대보다는 주주가치 제고의 목적이 크다”라며 “가나안의 경우 이미 지분이 충분히 2세에게 넘어가 있어 추가로 지분을 매입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