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은현

‘슬리포노믹스’(수면경제, 현대인이 숙면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면서 성장하는 산업을 이르는 말) 시장이 성장하면서 침구 업계가 변모하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침구 업계 1, 2위 업체인 알레르망과 이브자리는 침구를 넘어 침대, 수면 컨설팅 등 신사업에 진출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까지만 해도 국내 침구 시장은 이브자리가 압도적으로 지배했다. 혼수 예단 시장을 장악하며 2002년 300억원에서 2011년 955억원으로 매출이 급증했다. 이브자리는 연매출 1000억원에 육박하는 국내 유일의 침구 기업이었다.

조용하던 침구 시장은 2013년 알레르망이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경쟁이 격화했다. ‘먼지없는 이불’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김태희를 광고 모델로 발탁한 알레르망은 2년 만에 매출을 174억원(2013년)에서 781억원(2015년)으로 4배 이상 끌어올렸다.

알레르망은 이듬해인 2016년 연매출 1007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침구 기업 중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의 벽을 돌파했다. 같은 해 947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브자리를 제치고 침구 시장 1위 사업자로 등극했다.

이후 알레르망은 꾸준히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반면, 이브자리는 2017년 966억원, 2018년 777억원, 2019년 608억원, 2020년 616억원 등 매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레르망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사이 세사리빙 등 후발 주자들이 이브자리의 매출을 뺏어온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백화점을 중심으로 고급 수입 침구류 판매가 증가한 것도 이브자리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실적 악화에 이브자리는 ‘침구 전문 기업’에서 ‘슬립케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회사의 방향성을 선회했다. 베개부터 토퍼, 매트리스까지 다양한 수면 관련 용품을 취급하며, 고객에게 맞춘 최적의 잠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알레르망도 침구 사업에서 벗어나 영국의 프리미엄 매트리스 기업인 ‘해리슨 스핑크스’와 협업해 ‘알레르망 스핑크스’라는 침대 브랜드를 새롭게 출시했다. 광고 모델도 3040세대가 선호하는 배우 전지현을 발탁하며 브랜드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

다만, 알레르망의 호실적 뒤엔 ‘고마진 논란’도 뒤따른다. 2020년 1124억원 매출에 22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알레르망은 당해 상품 및 제품의 원가로 390억원을 지출했다. 원가비율은 매출 대비 34.7% 수준이다.

알레르망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30%대 원가비율을 유지했다. 이브자리가 62~67%대 원가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이브자리는 지난해 616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때 제품 및 상품의 원가로 413억원을 썼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알레르망이 제조 원가 대비 가격을 높게 책정해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알레르망은 지난해 광고 선전비로만 90억원을 집행했다. 올해는 침대 브랜드 광고까지 선전비 지출이 100억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수면 경제 산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만큼 업체 간 제품·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