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051900)의 작년 4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에 주가가 장중 10% 넘게 하락했다. 이 회사의 매출 절반이 화장품에서 나오는데 40% 가량을 차지하는 면세점 매출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서다.

차석용 부회장이 취임한 이래 매출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붙여진 ‘차석용 매직’이라는 수식어가 중대 기로에 섰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10일 오후 1시 23분 현재 LG생활건강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68% 내린 95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작년 7월 178만4000원까지 오른 뒤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런 추세가 장 마감 때까지 계속되면 2017년 10월 12일(97만5000원) 이후 4년여 만에 100만원을 하회하게 된다.

이날 주가 급락은 중국 화장품 수요의 구조적인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4분기 실적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증권업계가 일제히 발표한 4분기 매출, 영업이익 전망치 하향조정이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보고서를 낸 7개 증권사 전부 목표주가를 낮췄다.

7개 증권사는 LG생활건강의 4분기 매출은 작년과 비슷한 2조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0% 안팎으로 줄어든 2300~25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매출, 영업이익 모두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으나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는 매출 절반 이상이 나오는 화장품 사업 부진 때문이다. 7개 증권사는 4분기 화장품 매출이 적게는 1.9% 감소한 1조2997억원(IBK투자증권), 많게는 14.6% 줄어든 1조1311억원(케이프투자증권)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업이익도 3% 감소한 2176억원(KTB투자증권)에서 22.4% 줄어든 1748억원(케이프투자증권)으로 추정 범위가 넓었다.

LG생활건강은 차석용 부회장이 취임한 2005년 이후 작년 2분기까지 두 분기를 제외하고 62분기 연속 매출이 증가했다. 이에 ‘차석용 매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작년 상반기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4분기는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절이 포함된 시기로 통상 성수기로 분류된다. 이번 광군절의 경우 중국 따이공(국내 면세점에서 한국 제품을 사다가 중국에 파는 보따리상)들이 대표 브랜드 후를 비롯한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 인하를 강하게 요구했고, 회사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면세점 매출 대부분을 보따리상이 담당하는 과도한 중국 의존 구조가 부메랑이 됐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의 면세업 규제 강화로 따이공 영업이 위축된 가운데 코로나19 장기화로 관광객 매출 반등(회복)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홍색 정풍운동(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 이념에 반하는 연예인들을 퇴출하거나 규제)에 따른 왕홍(온라인 인플루언서) 과세로, 왕홍이 관련 비용을 따이궁에게 전가하면서 면세점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후폭풍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090430) 주가가 3% 넘게 하락하는 등 국내 화장품 관련주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LG생활건강의 주가 하락폭이 큰 것은 대표 브랜드인 후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을 통해 후의 차별화된 브랜드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며 “대(對)중국 경쟁력 개선 전까지 멀티플(1주 가격이 수익의 몇배인지 나타내는 지표) 상향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