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 중국 매장 내부 모습. 광고 모델 이민호 사진이 걸려있다./조선DB

아모레퍼시픽(090430)이 내년 말까지 중국 이니스프리 매장의 절반인 140개 매장을 폐점한다. 중국 내 이니스프리 매장을 절반으로 줄이고, 마진율이 높은 고가 화장품의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지난 14일 증권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연 간담회에서 “내년 말까지 중국 내 280여개 이니스프리 매장을 140여개로 줄인다”고 밝혔다. 중국 실적 부진으로 올해 3분기 수익성이 나빠진 데 따른 극약처방이다.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면 그만큼 판매관리비가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연결 영업이익(3분기 누적 기준)은 3180억원이다. 국내 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년보다 63% 늘었다. 그러나 3분기(7~9월)만 놓고 보면 이익이 10% 가량 줄었다. 해외 사업 이익이 57% 감소한 여파다. 해외 사업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의 사업 성과가 부진한 것이 주효했다.

중국 상하이 에뛰드 플래그십 매장. 현재 중국 내 에뛰드 매장은 모두 철수한 상태다. /조선DB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저가 브랜드의 정리 수순을 밟은 바 있다. 지난해 중국 에뛰드 매장 27개를 철수한 데 이어 헤라와 아이오페 역시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이니스프리 역시 올해 3분기 기준 이미 60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화장품 시장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판매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틱톡·콰이쇼우와 같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 매출 비중을 30%대로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또 중국 내에서 고가 럭셔리 라인 화장품 판매에 집중한다. 남아있는 중국 이니스프리 매장 내 고마진 에센스 비중을 20%로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중국 내 이니스프리 매장에 마스크팩이나 클렌저 등의 제품을 대거 축소하고, 에센스나 크림 유형 고가 화장품 배치를 늘린다.

설화수/아모레퍼시픽 제공

이 회사는 고가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비중을 올해 30%대 후반으로 늘렸다. 2016년 10% 수준에서 3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기능성 스킨케어 이미지를 강화한 라네즈도 올해 중국 광군절 매출이 40% 늘었다.

중국 관영 시장조사기관인 CCID컨설팅에 따르면 2020년 중국 화장품 시장점유율 상위 10대 기업에는 중국 화장품 기업 상메이, 바이췌링, 쟈란 등 3곳이었다. 한국 화장품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이 유일하다. 11년 전 중국 화장품 시장 점유율 10위 내에 중국 화장품 기업이 하나도 없던 것과 비교하면 중국 뷰티시장에서도 ‘애국 마케팅’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내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 중국 사업을 펼쳐나간다는 구상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원차이나 전략’을 세워 중국 지역 내로 한정 짓지 않고 국내 면세·글로벌 면세·글로벌 이커머스 등에서 중국 고객으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사업적인 활동을 하나로 보고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사업은 럭셔리 카테고리가 주도하며 10%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설화수와 라네즈가 실적 성장을 주도하고, 코스알엑스의 지분투자로 브랜드 협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