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내셔날 자사몰 에스아이빌리지 광고. 고객들이 부르는 애칭을 따 '시마을'에 간다는 설정을 담았다. /유튜브 캡처

패션 대기업들이 자사 온라인 쇼핑몰 키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과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각각 자사 온라인 쇼핑몰 SSF샵과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의 TV 광고를 시작했다. 이들 업체가 온라인 쇼핑몰 CF를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의류 판매가 집중되는 가을·겨울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 ”우리 플랫폼으로 오세요” 연예인 앞세워 TV 광고

SSF샵은 배우 김서형, 이도현, 가수 로운, 모델 아이린 등을 기용해 TV 광고를 최초로 선보였다. ‘세상이 사랑하는 패션(세사패)’을 슬로건을 토대로 SSF샵이 추구하는 패션에 대한 철학을 풀어냈다. 회사 관계자는 “패션에 관여도가 높은 소비자가 가장 먼저 찾는 플랫폼으로 브랜딩을 강화하고 온라인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고자 CF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에스아이빌리지는 배우 이서진을 모델로 한 TV CF를 공개했다. 쇼핑몰 고객들이 에스아이빌리지를 줄여 ‘시마을’이라 부르는 것에서 착안해,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신세계군 럭셔리 시마을’로 떠난다는 유머러스한 스토리를 담았다. 회사 측은 “소비자들이 만든 애칭을 활용해 친밀도를 높이고 충성도를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백화점과 가두점 등 오프라인 판매에 주력했던 패션 기업들이 자사몰 띄우기에 나선 이유는 무신사, 지그재그 등 스타트업들이 패션계를 위협하는 쇼핑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패션은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업종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패션 쇼핑객이 온라인으로 몰리면서 패션 플랫폼이 급성장했다.

국내 패션 플랫폼 1위인 무신사의 경우 2018년 4500억원이던 거래액이 작년 1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거래액도 40%가량 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신세계(004170)그룹에 인수된 W컨셉도 올 상반기 거래액이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W컨셉의 작년 거래액은 3000억원이었다.

◇ 경쟁사 옷도 팔아... “살아남으려면 플랫폼이 되야”

전통 의류업체들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35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1조54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줄었다. LF(093050)와 신세계인터내셔날도 각각 매출이 13%, 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2%, 60% 하락했다. 한섬(020000)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 4% 줄었다. 올 들어 보복 소비의 영향으로 상반기 매출이 두 자릿수 신장하는 등 회복세를 보였으나, 코로나19 재확산세로 4단계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있어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패션 플랫폼으로 세력을 키우던 무신사는 '다 무신사랑 해'라는 메시지를 담은 TV 광고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무신사 제공

최근에는 플랫폼 기업이 제조·생산 영역까지 파고들면서 패션계의 위기감이 더 커졌다. 무신사가 2017년 출시한 자체 브랜드(PB) 무신사스탠다드는 지난해 매출 1100억원을 거두며 유니클로, 탑텐과 대적할 SPA(제조·유통일괄) 브랜드라는 평을 얻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업계에선 백화점 입점을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에 패션기업들은 자사 몰을 재정비하는 등 플랫폼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외형 성장을 위해 경쟁사 브랜드 입점도 불사한다. SSF샵은 경쟁사인 LF의 TNGT, 일꼬르소, 아떼바네사브루노, 코오롱의 시리즈, 커스텀멜로우를 입점시켰고, 에스아이빌리지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수입 판매하는 띠어리, 브룩스 등을 판매한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플랫폼 사업은 필수 전략으로 거론된다. 한섬은 2018년 9%이던 온라인 매출 비중을 지난해 18%까지 끌어올렸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온라인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온라인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과거엔 회사 자사몰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백화점에서 옷을 사던 소비자마저 온라인 쇼핑에 관심을 가지면서 ‘결국은 플랫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최근 백화점 업계가 명품 등 해외 브랜드를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하면서 국내 패션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