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명품 가방의 인기가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토종 핸드백은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토종 명품’이라 불렸던 MCM(운영사 성주디앤디)의 지난해 매출은 3126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08억원으로 63.4% 줄었다.

MCM은 독일 뮌헨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2005년 성주그룹이 인수했다. 특유의 모노그램(Monogram·문자마크) 디자인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인기를 끌며 고속 성장했다. 2010년에는 글로벌 명품만 들어가는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에 매장을 내기도 했다.

그래픽=송윤혜

하지만 2016년 5800억원으로 매출에 정점을 찍은 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이어진 한한령 여파 등으로 인기가 시들해지다 지난해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루이까또즈를 전개하는 태진인터내셔날, 메트로시티를 전개하는 엠티콜렉션도 지난해 매출이 각각 615억원, 618억원으로 전년 대비 40%가량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브랜드 역시 각각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인수한 브랜드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출이 매년 두 자릿수씩 감소하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실적이 악화됐다.

왕관 로고를 새긴 핸드백과 주얼리 등을 판매하는 제이에스티나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6.8% 줄어든 600억원에 그쳤다. 반면,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국내 매출은 각각 16%, 33% 늘었다.

국내 핸드백 업체들이 몰락한 원인은 브랜드 노후화와 소비 양극화, 트렌드 및 온라인 소비 대응 부진 등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한때 매스티지(Masstige·대중적인 명품) 패션이 부상하며 성장했지만, 소비 양극화로 초고가 명품으로의 쏠림 현상이 커지면서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어중간한 브랜드력으로 ‘투자가치’가 낮아 젊은이들이 구매를 꺼린 것이다.

한 30대 직장인은 “샤넬 같은 인기 명품은 비싸게 사더라도 차익을 남기고 되팔 수 있지만, 국내 브랜드 제품은 쓰다 싫증이 나면 버려야 한다”며 “국내 가방도 가격이 수십만원 안팎으로 저렴하지 않아 돈을 더 모아 명품을 사는 게 더 실속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고객들이 샤넬 매장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코치, 마이클코어스, 토리버치 등 글로벌 매스티지 브랜드의 핸드백을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드는 시몬느도 지난해 매출이 39%, 영업이익이 65% 하락했다. 시몬느에 따르면 이 회사는 미국 핸드백 시장의 30%, 세계 시장의 10%를 점유하고 있다.

브랜드 노후화도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핸드백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와 같은 확실한 명품을 제외하고는, 단조롭고 편한 디자인이 대세다. 신(新) 명품이라 불리는 프랑스 브랜드 르메르의 ‘크로와상 백’이 대표적이다. 국내 브랜드로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가 선보인 아카이브앱크의 ‘플링 백’이 가성비 가방으로 인기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MCM의 경우 모노그램과 스터드(Stud·금속 징) 장식의 가방이 중국인에게 인기를 끌자, 중국향(向) 제품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국내 핸드백 업체들은 젊은층을 겨냥한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MCM은 아티스트와 협업을 지속하고 10~20대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은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에 입점해 젊은 고객과의 접점을 높이고 있다. 메트로시티는 미미미 카페를 앞세워 식음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