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한정판 재판매(리셀) 플랫폼 크림이 다음 달 1일 판매 수수료를 또 인상한다. 올 들어 세 번째 인상으로, 크림이 수수료를 붙이기 시작한 작년 4월부터로 보면 1년 새 아홉 번이나 수수료를 상향 조정했다.

업계에선 규모의 경제를 이룬 크림이 본격적인 수익화 전략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크림은 지난 1일 자사 홈페이지에 다음 달 1일부터 판매 수수료를 기존 최대 3%에서 최대 4%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구매 수수료는 기존과 동일한 최대 3%다.

가령 다음 달 크림에서 100만원짜리 한정판 운동화를 거래하면, 구매자는 4% 수수료 수수료를 적용해 104만원을 내고 판매자는 97만원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크림은 7만원을 남기게 된다.

그래픽=편집부

크림이 수수료를 인상한 것은 1개월 만으로, 이달 1일 판매 수수료 1%을 인상함과 동시에 다음 달 인상을 예고했다. 회사 측은 지난달 3월 인상을 발표할 당시 “크림의 회원으로서 판매와 구매 시 서비스 이용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크림 관계자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장기간 유지해 온 무료 수수료 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수료 안에 포장 비용과 결제 수수료 등이 포함됐기에 정당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인상이 잦다는 평에 대해선 “한 번에 수수료를 올리면 이용자들의 심적 부담을 가질 수 있어 시기를 봐가며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림은 네이버 손자회사로 2020년 3월 출범한 한정판 리셀 플랫폼이다. 개인 간 거래(C2C)를 기반으로 2년여간 무료 수수료 정책을 고수해 시장의 강자로 올라섰다. 이로 인해 적자 경영이 불가피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크림의 영업수익은 약 33억원인 데 반해, 영업적자는 595억원에 달했다.

일명 ‘계획된 적자’ 전략으로, 사업 초기 큰 투자를 통해 특정 시장을 선점한 후 확보된 충성 고객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전략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을 비롯 최근 2분기 연속 흑자 전환에 성공한 쿠팡도 이런 전략으로 업계 우위를 차지했다.

크림도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크림의 거래액(GMV)은 1조7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곱 차례 수수료를 인상했지만, 4분기 거래액은 전년과 비교해 1.9배가량 늘었다.

올해도 이용자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2월 크림의 순 이용자(MAU) 수는 약 100만 명으로, 전달보다 4만 명이 늘었다. 시정 점유율로는 80%에 달하는 수치다. 크림이 자신 있게 수익화 단계에 돌입한 이유다.

이와 관련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전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경쟁사 대비 수수료는 매우 낮은 상황이라 올릴 여지 역시 충분히 남았다고 판단한다”며 “경쟁, 규제 환경을 고려해 수수료 인상 전략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미국 리셀 플랫폼인 스탁엑스가 구매자에 3~5%, 판매자에 8~10%의 수수료를 지우는 만큼, 크림도 비슷한 수준으로 수수료를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크림 외에도 최근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수수료를 인상하고 있다. 특히 그간 막대한 투자를 통해 단기간 성장한 버티컬 플랫폼들이 수수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화를 꾀하고 있다.

카카오스타일의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지난달부터 판매 수수료를 1.5%에서 4.5%로 인상했고, 에이블리는 지난해 말부터 판매 수수료 3%를 부과하고 있다.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도 지난해 11월 수수료를 8.8%에서 12.1%로 인상했다.

그러나 플랫폼 이용자들 사이에선 수수료 인상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의 부담을 높이며,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 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상공인 72%가 ‘수수료 및 광고료 등 각종 비용이 부담된다’고 밝혔고, 이 중 37%는 플랫폼이 수수료와 광고료를 인상하면 ‘제품·서비스 가격을 올리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막대한 자금으로 시장을 과점한 후 수익화를 시도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셀 시장의 경우 크림이 2년간 무료 수수료 정책으로 시장을 장악한 사이 엑스엑스블루, 리플 등이 한정판 운동화 판매 사업을 종료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업 초기 투자를 많이 해 고객을 락인(가두기)하는 건 플랫폼 기업의 일반적인 관행”이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대안이 없게 만들고, 수수료를 급격히 올리는 건 불합리하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