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커머스 회사 쿠팡이 우리 시간으로 오는 3월 1일에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에 흑자전환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는 “김범석 의장이 수익화 의지를 다진 이후 3분기에 흑자전환을 했을 때만 해도 추세적인 흑자가 아니라 일회성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이를 보기 좋게 깼다”고 평했다.

유통업계에서도 쿠팡처럼 덩치가 큰 이커머스 업체가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를 내놨다. 다만 온라인 쇼핑 시장이 성장 정체 국면을 맞이한 것이나 버티컬 플랫폼의 성장 등은 앞으로 쿠팡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그래픽=손민균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미국 동부 시간을 기준으로 28일 오후 5시 30분에 실적을 발표한다. 한국시간으로는 3월 1일 오전 7시 반이다. 이날 쿠팡은 자사 IR(투자자 대상 홍보활동) 홈페이지에서 실적에 대한 설명을 실시간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 월가에서는 쿠팡이 4분기에도 흑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글로벌 투자은행을 비롯한 증권가에서는 쿠팡이 추세적으로 흑자를 볼 수 있는 산업구조에 접어들었다면 의도적 적자로 규모의 경제를 먼저 달성한 쿠팡의 전략을 높게 평가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쿠팡의 4분기 실적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다.

당장 영국계 초대형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는 쿠팡에 대한 첫 리포트를 발간하면서 ‘비중확대’ 의견을 냈다. 목표주가는 24.25달러로 제시했다.

쿠팡 주식에 대한 비중 확대에 나선 기관 투자자도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4분기에 쿠팡 주식을 704만주 매수했다. 이로써 블랙록이 가진 쿠팡 주식 수는 998만주로 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캘퍼스)도 쿠팡의 주식을 55만주 매수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4분기까지 이익을 낼 줄은 사실 몰랐다. 4분기 실적 발표가 나오면 흑자전환의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도 정확한 스터디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최근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신세계(004170)그룹 SSG닷컴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1112억원으로 전년(1079억)보다 오히려 늘었다. SSG닷컴 품에 안긴 G마켓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655억원으로 전년 영업이익(43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규모가 더 작은 이커머스 업체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다만 일각에선 쿠팡이 수익을 내기 시작했지만 기업가치가 크게 오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근 온라인 유통 시장 침투율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유통업체의 온라인 매출 증감률은 2020년 18.4%, 2021년 15.7%, 2022년 9.5%로 줄었다. 쿠팡에 매수 의견을 낸 바클레이즈가 “앞으로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는지가 관건”이라는 문구를 덧붙인 것이 이와 같은 맥락이다.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이 성장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이란 수직(vertical)과 상업(commerce), 플랫폼(Platform)의 합성어다.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두루 제공하는 것이 아닌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대표적으로 신선식품 분야에서는 컬리, 패션 분야에서는 무신사와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이 꼽힌다.

서현정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카테고리별 쇼핑의 분화는 온라인 쇼핑 포털 사이트를 지향하는 쿠팡과 같은 업체들의 중장기 시장 점유율 상단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온라인 침투율이 60%라도 시장 점유율이 40%일 때와 30%일 때는 사업 규모와 기업가치가 다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