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면세점 1위 사업자인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에 관심을 보이면서, 국내 ‘면세 빅3′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세계 면세업계 큰 손인 CDFG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입찰가를 높게 제시할 거라는 우려에서다.

1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가 지난 12일 개최한 면세점 입찰 설명회에 참석한 기업은 총 13개다. 대기업(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과 중소·중견 면세점(경복궁·그랜드·씨티플러스·동화 등), CDFG와 스위스 기업 듀프리 등 해외 기업이 참여했다.

CDFG가 국내 입찰전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CDFG는 중국 정부의 면세 육성 지원을 바탕으로 2020년 세계 면세 매출 선두에 올라섰다. 2021년 매출은 93억6900만 유로(한화 약 12조6000억원)로, 롯데(40억4600만 유로), 신라(39억6600만 유로)를 크게 제쳤다.

CDFG가 이번 입찰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해외로 유출되는 중국 관광객의 소비를 자국으로 돌리기 위해 한국 공항에 면세점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손민균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면세점 사업 제안요청서(RFP)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의 중국인 매출은 46%로 한국인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제2여객터미널(T2)에서는 중국인 매출 비중이 31.7%로 한국인 다음으로 높았다.

인천국제공항이 사업 조건을 바꾼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2021년까지 면세점 입찰에 세 차례나 실패한 공사는 이번 입찰에서 사업 기간을 기존 ‘기본 5년+선택 5년’ 계약에서 임대료 조정 없이 10년으로 늘려 운영 안정성을 높였다.

또 임대료 체계도 최저 보증 금액 방식에서 월 여객 수에 맞춰 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아울러 계약 기간 중 2차례 시행해야 했던 의무시설 투자를 1회로 축소하고, 고객 경험 향상을 위해 스마트 면세점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장 이래 연평균 6%의 성장률을 보였고, 2019년 매출 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이듬해 매출이 95% 급감했다.

그동안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국내 면세 대기업들이 경쟁하는 구도였다. 앞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해외 사업자가 들어와 운영한 건 2001~2007년 홍콩 DFS가 유일했다.

그러나 중국 업체가 참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면세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중국 면세점이 입찰에 뛰어들면 판도가 바뀔 거란 우려에서다.

지난해 2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면세점 전경. /뉴스1

한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은 임대료가 높아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한국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입점을 고려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며 “중국 면세점이 입찰에 참여한다면 경쟁사들도 입찰가를 높게 쓸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세계적으로 면세 사업을 키우고 있지만, 한국은 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 연장도 해결이 안되는 등 시장 자체가 얼어 붙었다“며 “국내 시장에 외국계 면세 업체가 진출해도 공정하게 경쟁할 환경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공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줄어든 면세점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3월부터 고정 임대료 대신 매출액에 연동해 임차료를 받았으나, 지난해 12월 말 해당 지원을 종료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1월부터 180억원을 월 임대료로 추가 지불해야 한다.

해외에서도 인천국제공항을 바라보는 시선이 낙관적이진 않다. 면세 전문지 무디데이비드리포트는 익명의 업계 관계자 말을 인용해 “글로벌 허브 공항으로서 인천의 위치는 경쟁사들의 발전으로 인해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팬데믹(세계적 대공항) 기간 한국 면세점들이 중국에 너무 낮은 가격으로 많은 면세품을 다이공(중국 보따리상)에 공급한 점을 지적하며 “중국인들이 더 이상 오프라인에서 한국 면세품을 살 필요가 없어졌다”라고 꼬집었다.

인천공항공사는 오는 2월 21일 입찰 등록 및 다음날 입찰 제안서 제출을 거쳐 관세청 특허 심사 후 낙찰 업체를 결정할 예정이다. 신규 사업자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운영을 개시하는 시점은 7월 1일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