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받아 골칫거리였던 유니클로(에프알엘코리아)가 기사회생했다.

유니클로가 다시 살아나면서 롯데쇼핑도 유니클로로부터 지난 2년간 받지 못했던 배당을 받게 됐다. 3분기 배당액만 250억원에 달한다.

서울 강남 신사동의 유니클로 신사점 매장. 2020년 이전만해도 이렇게 줄지어 유니클로를 사려던 이들이 많았지만 노재팬 여파로 유니클로는 최근 2년간 실적부진을 겪었다./이선목 기자

12일 롯데쇼핑(023530)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3분기 관계회사로부터 배당이익 376억원을 받았다.

이 중 유니클로를 보유한 에프알엘코리아로부터 받은 배당이익은 245억원. 이는 롯데쇼핑의 관계기업 배당이익의 65%다. 다른 관계사들의 배당이익보다도 월등히 높은 편이다.

롯데카드로부터 받은 배당이익은 129억원, 현대인피니티사모부동산투자신탁1호로부터 받은 배당이익은 2억1000만원이었다.

이는 유니클로가 지난해부터 일본 불매운동 여파에서 벗어난 데 따른 것이다. 원래 에프알엘코리아는 롯데쇼핑의 알짜 관계사로 지분 49%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작, ‘노재팬(일본여행이나 일본 상품 불매운동)’ 열풍이 불면서 실적이 나빠졌다.

에프알엘코리아의 2020년 영업손실(회계연도 2019년 9월1일~2020년 8월 31일)은 884억원. 2021년(회계연도 2020년 9월1일~2021년 8월31일)엔 영업이익 500억원을 기록했지만 전년도 손실액을 모두 만회하지 못해 배당은 엄두도 못냈다.

이 회사가 이번에 배당까지 할 수 있었던 데는 지난 3년간 체질개선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일본 불매기간 동안 성과가 잘 나지 않는 비주류 매장을 철수하면서 비용 절감을 이뤄냈다. 2020년 기준 유니클로의 매장은 160여곳이었는데 올해 120여곳으로 줄었다.

무조건 줄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수익 나지 않는 점포는 폐점하는 와중에도 수익이 예상되는 점포는 새로 열었다. 유니클로는 2011년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었던 명동중앙점(약 1128평)과 강남점 등 기존 중심지 대형 매장의 문을 닫았지만, 부산 삼정타워점, 롯데몰 광명점, 스타필드 안성점, 부산 범일점은 새로 개장했다.

또 최근 3년새 집중했던 디지털 전환(DT)도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유니클로는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5000원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확대해왔다. 여기에 오프라인에 없는 사이즈를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당일 배송서비스도 실시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는 ‘히트텍’과 같은 대표상품을 보유하고 있고 이미 유니클로 대표상품에 익숙한 고객들은 굳이 매장을 방문해 입어볼 필요 없이 온라인에서 구매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미 표준화된 대표 아이템이 많다는 점이 온라인 판매 안착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니클로의 부활은 롯데쇼핑의 지분법 이익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매출 타격이 컸던 2020년에 롯데쇼핑은 에프알엘코리아 지분을 106억원 손실인식했다. 하지만 지난해 지분법이익은 282억원, 올해 3분기까지의 지분이익은 142억원이다. 증권가에선 4분기엔 지분법 이익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배당은 롯데쇼핑(023530) 입장에선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롯데쇼핑의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2931억원인데, 같은기간 이자비용만 3645억원이다. 영업이익만으로도 이자를 내는 데 충분하지 않고 다른 수익이 필요하거나 보유현금이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롯데그룹 전체는 롯데건설에서 시작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돈맥경화,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터리얼인수 자금부담 등의 여파로 곳간 상황이 여유롭지만은 않은 상태다.

증권사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어디서든 배당이 들어오는 것은 반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열린 기업설명회(NDR)에서의 초점은 이익창출력과 그룹 계열사의 유동성 우려 차단이 중심이었다. 유니클로의 배당액은 회사 전체로 봤을 때 의미있게 큰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업이 순항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기 충분한 수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