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L&C와 현대리바트(079430). 두 회사의 시너지는 언제쯤 나는걸까.

현대L&C가 현대백화점그룹에 안긴 후 업계에선 두 회사의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예상 외로 더디다는 게 토탈 인테리어 업계의 평가다.

현대L&C가 건자재 업력을 살려 기업간거래(B2B)에 집중하고, 현대리바트가 고급화를 추진하면서 소비자간거래(B2C)에서 경쟁력을 갖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은 그 성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시너지 효과에 대한 두 회사의 생각도 다르다. 현대L&C가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크다는 평가다. 그 배경에는 내부적으로 검토되던 현대L&C와 현대리바트의 합병이 무위로 돌아간 데 있다.

현대리바트가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8층에 문을 연 토탈 인테리어 전시장 ‘리바트 킨텍스점./현대리바트 제공

◇공룡 나타난 줄 알았는데… B2C 고전하는 현대리바트

2018년 현대L&C가 한화그룹에서 현대백화점에 안길 때만해도 가구 및 인테리어업계는 공룡이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건자재(현대L&C)와 가구(현대리바트)에 강력한 유통망(현대백화점)까지 두루 갖춘 회사가 탄생했다는 판단에서다. 인테리어업계 한 관계자는 “시너지만 나면 단숨에 한샘(009240)을 누를 것이라고 봤다”고 했다.

하지만 가구와 토탈인테리어로 B2C사업을 늘리려는 현대리바트의 성장은 더딘 편이다. 여전히 B2B 매출 비중이 높다.

현대리바트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1조931억원) 중 B2B 매출은 7197억원이다. 전체 66% 비중이다. 지난 2021년 B2B 비중(64%)보다 높아졌다.

이는 현대리바트가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집중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성과다. 최근 리바트는 토탈 인테리어 브랜드 ‘리바트 집테리어’의 영업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초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였고 현대백화점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주요 점포에 토탈 인테리어 전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가 찾을 만한 가구와 인테리어군도 다 갖췄다. 리바트(가정용 가구), 리바트키친(주방가구), 리바트바스(욕실), 리바트윈도우(창호)가 대표적이다.

인테리어업계 관계자는 “한샘이 최근 사모펀드로 손이 바뀌고는 망가졌다곤 해도 여전히 B2C 1위 회사”라면서 “리바트가 현대백화점과 현대L&C의 도움을 받고도 영 도약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대리바트 종합 인테리어 브랜드 이미지. /현대리바트 제공

◇현대L&C 내부선 박탈감만… “합병한다더니 노하우만 뺏겼다”

게다가 현대리바트를 바라보는 현대L&C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당초 현대L&C가 현대백화점그룹에 안길 때만해도 두 회사가 합병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합병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기도 했지만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놓고 기업공개(IPO)로 방향을 바꿨다.

현대L&C관계자는 “합병을 검토했지만 일단 기업공개부터 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원자잿값과 물류비 등이 급등해 실적이 나빠진 상황이라 당장의 기업공개나 합병은 어렵고, 합병도 기업공개 이후나 될 것이니 사실상 계획이 뒤로 많이 밀린 것”이라고 했다.

IPO로 방향이 틀어지면서 현대L&C와 현대리바트의 합병을 대전제로 시너지 사업 분석에 나섰던 태스크포스팀의 역할은 축소됐다.

현대L&C에 정통한 관계자는 “업역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지만 두 회사의 주력과 노하우는 달랐다”면서 “일단 회사 안팎의 상황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나중에 인력까지 교류하는 그림이었는데, 노하우까지만 공유되고 이후 상황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합병은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라 불만도 많다”고 했다.

특히 현대리바트의 토탈 인테리어 사업 ‘리바트 집테리어’를 두고 현대L&C 직원들은 사업 노하우만 뺏겼다는 반응이다.

집테리어는 주방가구·욕실·창호·바닥재·벽지 등 리바트의 모든 인테리어 제품에 대한 상담부터 공간 컨설팅, 구매, 시공, 사후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토탈 인테리어 전시장이다.

현대L&C 관계자는 “유통직영점인 홈앤큐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상당 부분 현대리바트에 전해졌다”면서 “예를들어 시공서비스까지 하기 위해선 지역 거점 인테리어업자와의 협업도 중요한데 업체 리스트도 모두 공유됐다. 다른 회사라면 절대 넘겨주지 않을 정보”라고 했다.

홈앤큐는 대리점과 소매점에 인테리어 건축자재를 공급하고 시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현대L&C의 유통 직영점이다.

현대L&C의 단열필름 보닥 솔라셀프/현대L&C 제공

◇ 증권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우선순위 밀려”

증권가에서는 현대백화점 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가운데 현대홈쇼핑이나 그 자회사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069960)현대그린푸드(453340)를 인적 분할한 후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개편 속에서 현대홈쇼핑(057050)과 그 자회사들은 결국 어느 순간 갈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현대홈쇼핑 주주는 현대그린푸드(25.01%)와 현대백화점(15.80%) 등으로 오너일가 지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홈쇼핑은 사실상 정지선·정교선 회장간의 소유관계가 불명확한 상황이고, 이 때문에 어느 순간 사업구획을 나눠 가져가야 한다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우선순위로 자리잡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아직 그룹 차원에서 조율할 일이 많이 남아있을 때라 변화가 많을 수 밖에 없어 단언할 수 없다”고 했다.

상장을 위해 현대L&C의 돋보일만한 강점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오히려 그 강점이 흐릿하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강력한 유통망을 필두로 사업 규모가 늘어날 회사라고 알리기엔 현대리바트의 B2B 사업이 지지부진하고, 현대리바트 토탈인테리어 사업 확장의 ‘숨은 조력자’로 역할만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창호 기술력이나 엔지니어드스톤(칸스톤) 시장의 경쟁력을 꼽겠지만 이는 원래 L&C가 가지고 있던 기술로 시너지 효과로 기업가치를 올렸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라 매력적인 회사로 보이기 위한 스토리라인을 더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