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기업 락앤락(115390)으로 ‘미샤 공포’가 번지고 있다. 빌린 돈(인수금융)으로 락앤락을 사들인 홍콩계 사모펀드가 만기 연장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앞서 미샤 운영사 에이블씨엔씨(078520)의 대주주는 인수금융 만기를 연장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에 빠졌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락앤락 지분 63.6%를 보유한 ‘컨슈머 스트랭스’는 오는 4일 인수금융 만기를 앞뒀지만, KB증권 등 대주단과 만기 연장 협상을 마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월부터 연장 협상에 돌입했지만, 2개월 넘게 공회전하고 있다.

락앤락 주력 제품인 밀페용기. /락앤락 제공

컨슈머 스트랭스는 홍콩계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락앤락 인수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어피니티는 컨슈머 스트랭스를 통해 2017년 12월 경영권을 포함한 락앤락 지분 63.6%를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했다. 약 5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했다.

인수 당시 어피니티는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전체 인수금액(6292억원)의 절반이 넘는 3235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이자율은 연 4.2~4.3%로 KB증권 등 11곳이 돈을 빌려줬다.

대주단에 포함된 보험사 대부분이 인수금융 만기 연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니티는 락앤락 인수 당시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면서 주식 담보인정비율(LTV) 60% 조건의 재무약정을 체결했지만, 주가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재무약정 불이행 상태가 됐다.

락액락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6450원으로 인수 당시 주가(1만2000원선)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7년 51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25억원으로 감소하는 등 실적 악화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41억원으로 전년 대비 80% 감소했다.

주력 제품인 식품보관 밀폐용기 시장에 이케아나 이마트(139480), 한샘(009240) 등이 잇따라 참전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어피니티는 베트남 법인이 보유한 300억원의 유형자산, 중국 제품 생산 법인 등을 잇따라 매각하고 이 자금을 배당하면서 시장 불신마저 커졌다.

그래픽=이은현

IB업계에선 만기 연장에는 대주단 합의가 필요한 만큼 락앤락이 에이블씨엔씨와 같은 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이블씨앤씨 역시 대주단과 맺은 재무약정을 이행하지 못했고, 대주단에 속했던 신협중앙회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금리 인상으로 인수금융 시장이 얼어붙은 것도 락앤락엔 악재다. 주식으로 돈이 몰리지 않으면서 주가가 인수 가격 아래로 떨어지는 공포가 락앤락을 넘어 한샘, PI첨단소재(178920) 등으로 번지고 있어서다. 일부 기관에선 “상장사 투자를 거두자”는 말까지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에선 락앤락이 곧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주주가 EOD에 빠지면 3%대 연체 가산금리가 붙고, 대주단은 매각을 통해 대출금을 상환 받는 방식을 택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미샤 역시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다.

락앤락 측은 채무불이행 가능성과 관련해 “2017년 12월 4일 5년 만기 인수금융 계약을 체결한 만큼 만기가 돌아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주주 측에서 대주단과 인수금융 만기 연장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