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임원인사 시즌 다가오면서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계의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004170)그룹은 다음 달 초, 롯데그룹과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은 11월에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소비 침체와 고환율 등으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쇄신과 혁신을 위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송호섭 SCK컴퍼니 대표. 김민덕 한섬 대표, 강성현 롯데쇼핑 대표,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각 사

신세계그룹은 이르면 다음 달 초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한다. 앞서 10월과 12월 두 차례로 나눠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이 각각 인사 발표를 했으나, 지난해엔 통합해 10월에 진행했다.

올해 주목되는 부분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대표들의 연임 여부다. 강희석 이마트(139480)·SSG닷컴 대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 김장욱 이마트24 대표 등이 대상이다.

특히 강 대표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컨설턴트 출신의 강 대표는 2020년 이마트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 인사 출신 대표로 대표이사에 선임된 후 현재까지 이마트의 온오프라인 사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 3년간 부진한 사업을 접고 지마켓(전 이베이코리아)의 인수를 비롯해 SCK컴퍼니(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인수, 야구단 SSG랜더스(전 SK와이번스), 여성 쇼핑몰 W컨셉 등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며 이마트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다.

그러나 과도한 투자와 본업인 할인점의 수익성 악화로 실적은 부진한 상황이다. 올 2분기 12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인수 전까지 흑자를 냈던 G마켓도 2분기 18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SSG닷컴도 영업손실이 전년 대비 3배가량 늘어난 405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마트가 대규모 투자로 인해 재정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신용등급을 기존 ‘Ba1′에서 ‘Ba2′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스타벅스를 이끄는 송호섭 SCK컴퍼니 대표의 거취도 관심사다. 송 대표의 임기는 2025년까지지만, 올해 일부 증정품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되면서 논란을 샀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다음 달 초 송 대표와 임영록 대표가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앞두고 있어 인사 시기가 미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파격적인 외부 영입을 실시한 롯데그룹의 올해 인사 향방도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1월 말쯤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12월에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8월 기습인사에 이어 11월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작년 11월 말에 진행된 인사에선 오랜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파격 인사를 단행해 주목받았다.

기존의 비즈니스 유닛(BU) 체제를 유통·화학·식품·호텔 등 4개 산업군(HQ·HeadQuarter) 체제로 개편하고, 유통군에 P&G 출신 김상현 부회장과 신세계 출신 정준호 백화점 대표, 놀부 출신 안세진 호텔롯데 대표 등 외부 인사를 대표로 앉혔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CEO는 이동우 롯데지주(004990) 부회장,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이영구 롯데제과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이갑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 황영근 롯데하이마트(071840) 대표, 김교현·황진구 롯데케미칼(011170) 대표 등이다. 올해 9월 15일로 임기가 만료된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는 연임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조직 쇄신과 안정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신 회장이 최근 들어 강력한 강한 인적 쇄신을 주문하고 있는 만큼 외부 인사 영입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1월 초 정기임원인사가 예상된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대표는 김민덕 한섬(020000) 대표, 이재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대표 등이다.

일각에선 최근 벌어진 대전 아웃렛 화재가 백화점 인사에 영향을 미칠 거란 의견도 나온다.

준공된 지 2년 된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은 지난 26일 발생한 화재로 환경미화·시설관리 직원 등 7명이 사망했다.

조사 결과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기임원인사의 기준은 임기나 실적과 관계가 없다”라며 “그룹의 미래 성장성을 염두에 두고 선임하기 때문에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