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성 자산이 1000억원이 넘는 대교(019680)의 지주회사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기업에 투자했던 것과 달리 기업가치 조(兆) 단위의 위험자산 거래업체 지분을 처음으로 매입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다만 장외시장에서 두나무 거래가격이 줄곧 하락세여서 대교홀딩스가 꼭짓점에서 매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왼쪽부터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강호철 대교홀딩스 대표(차남), 강호준 대교 대표(장남). / 대교그룹 제공

22일 대교홀딩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작년 말 두나무 RCPS 2000주를 구주 매입을 통해 확보했다. 매입 금액은 10억원으로 주당 50만원이다.

회사 측은 “거래 상대방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며 “투자 수익 확보를 위해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RCPS는 채권처럼 만기 때 투자자가 주식을 반납하고 투자한 금액을 되돌려 줄 것을 요구하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있는 주식이다.

두나무는 2012년 설립된 국내 1호 가상자산 사업자로 업비트와 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 정책에 힘입어 위험자산 투자가 늘자 두나무 기업가치는 2020년 말 1조원 미만에서 작년 말 20조원으로 뛰었다.

대교는 일찍이 벤처 투자를 시작했지만 성과는 좋지 않은 편이다. 2000년대 나라썸·한세TNG·알팩스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비상장 주식에 약 5억원을 투자했으나 회수가능가액이 매입가에 미달할 것으로 판단해 2020년 손상차손으로 반영했다.

2011년 투자회사인 대교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이후 대교홀딩스를 통해서는 간접투자(펀드)에 집중하다가 2020년 IT 회사 라이브데이터에 8억원을 투자한 뒤 지난해 처분했다.

대교홀딩스가 이전보다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은 학령인구 감소와 급격한 디지털 전환으로 온오프라인 교육업계의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핵심 사업회사인 대교는 2020년 법인 전환 이후 처음으로 280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작년에도 283억원의 손실을 냈다.

대교그룹의 투자 관련 업무에는 창업주인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차남 강호철 대교홀딩스 대표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생인 강 대표는 미국 법인에서 재직한 뒤 2019~2021년 대교와 대교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은 뒤 올해 3월 대교홀딩스 각자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대교인베스트먼트 상무로도 재직 중이다.

형인 강호준 대표는 작년부터 대교 대표이사를 맡아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다만 대교홀딩스가 두나무 RCPS를 매입한 시점은 두나무 기업가치가 정점을 찍었을 무렵이다. 올 들어서는 업비트 거래량 감소에 따라 기업가치가 줄곧 하락세다.

19일 기준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두나무는 주당 19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은 6조5873억원이다. 반년 만에 대교홀딩스가 매입했던 가격의 40%도 안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