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현대차(005380))그룹이 국내 배달대행업체 중 하나인 만나플래닛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면서 전기오토바이(전기이륜차) 관련 사업 협력이 가능할 지 문의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배달용 오토바이를 전기이륜차로 바꾸기로 하는 등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 본사.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만나플래닛이 계약을 맺고 있는 대리점 가운데 현대차와 전기이륜차 관련 협력을 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요청했다.

만나플래닛은 2016년 설립된 배달대행 플랫폼 회사다. 배달건수 기준 바로고, 생각대로와 함께 업계 1~3위를 다투고 있다.

대리점은 배달 라이더를 고용, 관리하는 전국 사업장으로 라이더에게 오토바이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현대차는 전기이륜차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대신 계열 부품업체인 현대케피코가 전기이륜차에 적용되는 구동시스템 모빌고를 작년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려면 대리점에서 보유한 기존 오토바이를 전기이륜차로 바꿔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한 사업장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한 것이다.

배달대행업계에선 현대차가 투자와 사업 시너지를 함께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전기이륜차에 주목했다고 본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기이륜차 판매량은 2019년 1만2003대에서 작년 1만8072대로 50% 증가했으나 전체 오토바이 수가 200만대가 넘는 것에 비하면 아직 미미하다.

전기이륜차는 충전시간이 4~6시간으로 길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5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배달 전용 오토바이 3만5000대를 2025년까지 전부 전기이륜차로 바꾸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기이륜차 보급 확대를 위해 올해 1대당 85만~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는 3년 내 전기이륜차 충전소를 현재 수십개에서 1000개로 늘리고 업계와 배달 전용 전기 오토바이와 표준 충전기 모델 개발에서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투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한 건 사실”이라며 “아직 검토 단계로 투자 여부가 정해진 것은 아니며 사업성이 있을지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이륜차 관련 협력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만나플래닛 같은 플랫폼이 오토바이를 전기이륜차로 바꾸라고 제안한다고 해도 대리점이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대리점은 실력 있는 라이더를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데, 충전도 오래 걸리고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이륜차를 제공할 경우 라이더들이 이탈할 수 있다.

배달대행업계 상황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던 2020~2021년 만큼 좋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모두 올 들어 월간활성이용자 수(MAU)가 줄었다. 배달의민족 MAU는 지난 1월 2073만 명에서 6월 1999만 명으로 3.6% 줄었다. 같은 기간 요기요는 892만 명에서 746만 명으로 16.4%, 쿠팡이츠는 658만 명에서 438만 명으로 33.4% 급감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달대행 플랫폼에 대한 투자와 사업 협력 검토는 현대차그룹 TaaS(Transportation-as-a-Service·포괄적인 수송 서비스) 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며 “개발중인 배달 로봇 등과의 협업도 염두에 뒀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