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연합뉴스

일본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지난달 31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영업을 종료했다. 백화점이 2015년 문을 열 때부터 남성·여성·아동 제품을 팔던 곳이지만 7년 만에 철수했다.

판교는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가 많은 신흥 부촌으로 유통 기업이 앞다퉈 입점하는 곳이지만, 앞으로 이곳에선 유니클로 매장을 볼 수 없게 됐다. 유니클로 측은 “스타필드 하남 등 가까운 매장을 이용해달라”고 했다.

◇일본 불매·코로나에 유니클로 매장 줄줄이 폐점

3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 매장은 지난 2019년 190곳에서 지난달 120여 곳으로 줄었다. 이 기간 국내 1호점인 롯데마트 잠실점을 비롯해 명동 중앙점, 홍대점 등도 폐점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내방 고객이 줄자 점포를 줄인 것이다.

유니클로는 2005년 국내에 진출해 발열 내의 ‘히트텍’ 등을 앞세워 성장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은 2019 회계연도(2018년 9월~2019년 8월)만 해도 1조3780억원이었으나 2020년 6298억원, 2021년 582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2019년 1994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884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 529억원 흑자 전환했다.

유니클로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매장 대신 온라인을 찾는 이들을 겨냥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XS와 4XL 등 다양한 사이즈를 선보이고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한 뒤 지정 편의점에서 받는 스마트픽 배송을 하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온라인몰을 회원제로 전환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기존에는 비회원도 온라인 구매가 가능했지만 앞으로 회원만 구매할 수 있다. 매장에서 제공하는 할인 혜택 등도 온라인 회원만 받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스파오. /이랜드

◇초저가·역발상 전략에 반사 이익까지 국산 브랜드 무섭게 성장

유니클로가 주춤하는 사이 국산 중저가 브랜드는 반사 이익을 누리며 초(超)저가 전략으로 성장하고 있다.

신성통상(005390) 탑텐의 작년 매출은 585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2019년 320곳이었던 매장 수는 올해 1분기 530여 곳으로 늘었다. 탑텐 관계자는 “고객이 편하게 구매하도록 매장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탑텐은 유니클로 히트텍에 대항해 천연 섬유로 만든 발열 내의 ‘온에어’로 고객을 끌어들였다. 코로나로 내방 고객이 감소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역으로 상권을 분석하고 상대적으로 임차료가 적게 드는 중소 매장을 늘렸다.

1968년부터 니트를 수출한 노하우로 가격 거품을 뺀 것도 한몫했다. 현재 흰색 반팔 티셔츠는 탑텐이 1만2900원, 유니클로가 1만9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신성통상 측은 “코로나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동종 업계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미얀마 양곤 공장 등 해외 생산 비중을 늘리며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스파오는 2020년과 작년에 각각 매출 32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매출 500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2020년부터 온라인 판매 비중을 늘리고 10~20대의 눈길을 끄는 협업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최근에는 Y2K(세기말) 패션이 유행하자 2000년대 초반 개봉한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 협업 제품을 선보였다.

이랜드 관계자는 “협업에 대한 반응이 좋다”며 “온라인몰 유입자가 늘고 매출이 상승세”라고 했다.

삼성물산(028260) 패션 부문이 운영하는 에잇세컨즈도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SSF몰을 비롯해 무신사, 지그재그 등에 입점하며 온라인 판로를 넓히고 있다.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국산 브랜드가 초저가와 감각적인 협업 등으로 유니클로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