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패션 편집숍 원더플레이스가 2020년 꾸린 자체 온라인 몰인 ‘온라인 플랫폼’의 운영을 중단한다. 오프라인 중심 사업 구조를 온라인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성과 없이 비용 부담만 커져서다. 일부 브랜드 전용몰로 사업 구조를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원더플레이스 스타필드시티 부천점 전경. /원더플레이스 홈페이지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원더플레이스는 오는 8월 13일까지만 원더플레이스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의류 등 주문을 받기로 정했다. 이후 교환·환불 등 절차를 진행해 8월 말을 끝으로 온라인 플랫폼 운영을 완전히 접는다. 고객센터 등 운영도 종료한다.

원더플레이스의 온라인 몰 운영 종료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13년 온라인 쇼핑몰 구축을 진행했다가 2017년 잠정 중단했다. 이번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마련하는 등 대대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지만, 결국 2020년 5월 출범 2년 3개월여 만에 접게 됐다.

원더플레이스는 2011년 설립된 국내 1세대 편집숍이다. 하나의 매장에서 복수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창업자인 김영한 원더플레이스 대표가 연평균 10% 이상 고공 성장하던 일본 편집숍 시장을 보며 국내 시장에 원더플레이스를 새로 열었다.

스트리트 패션을 위주로 한 가성비 상품을 앞세워 1020세대에게 인기를 끌었다. 2019년 전국에 약 70개 매장을 내고 연 108억원 이익을 내는 국내 1위 오프라인 편집숍이 됐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으며 2020년 13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코로나19 사태 속 원더플레이스가 꺼낸 신성장동력이었다. 자체브랜드(PB) 상품과 오프라인에서 판매하지 않았던 상품을 더해 온라인 판매 비중을 강화, 2025년 매출 4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연 1000억원 달성도 계획했다.

하지만 무신사나 W컨셉 등에 밀려 온라인 시장에 자리 잡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유니클로, LF, 자라 등이 자사몰을 강화하며 경쟁은 되레 치열해졌다. 원더플레이스 온라인 플랫폼은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지난해 6월 기준 패션몰 상위 7개에도 들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비용 부담은 커졌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 확장을 위해 운용 품목수를 기존(오프라인 기준) 200여종에서 1000여개로 늘렸고 이에 따라 재고자산이 늘면서다. 2019년 75억원 수준이었던 재고자산은 2022년 130억원을 넘어섰다.

원더플레이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발길이 줄고 온라인으로의 소비 중심이 이동한 데 따라 온라인 플랫폼을 열었지만, 성과가 나지 않았다”면서 “온라인 플랫폼 운영에 들어가는 콘텐츠 제작 비용도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은현

원더플레이스는 종합패션몰 성격이었던 온라인몰 운영 방식을 브랜드 전용몰로 축소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원더플레이스가 숍인숍으로 운영하다 개별 브랜드로 성장한 ‘아웃도어프로덕츠’를 온라인 플랫폼 대신 별도의 온라인 몰로 꾸린다는 방식이다.

제휴몰 입점도 확대한다. 무신사나 W컨셉과 직접 경쟁하는 대신 해당 온라인 몰에서 판매하는 상품 규모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아웃도어프로덕츠 외에도 ‘모노플로우’, ‘알도’ 등 인지도 있는 PB·라이센스브랜드(LB) 등을 갖추고 있는 데 따른 전략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패션몰 시장이 이미 무신사, W컨셉, 29CM 등으로 고착돼 있는 상황에서 원더플레이스가 온라인 종합몰을 열어 운영하는 건 사실 쉽지 않다”면서 “직접 경쟁 방식을 떠난 운영 효율화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더플레이스는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71억원 기록, 적자를 이어갔다. 2020년 1000억원대로 떨어졌던 매출은 1013억원으로 소폭 증가한 데 그쳤다. 원더플레이스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1409억원, 108억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