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069960)이 서울 신도림에 임차 운영 중인 디큐브시티점이 사무 공간으로 용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신도림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 홈페이지

10일 유통 및 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부동산 전문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달 퍼시픽자산운용으로부터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을 인수했다.

이후 이지스는 백화점 시설을 오피스로 변경하는 방안을 현대백화점 측에 전하고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디큐브백화점 신도림점’을 2015년 ‘디큐브시티점’으로 재개장하고, 이듬해 ‘가족 문화공간’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했다. 임대차 계약 기간은 오는 2025년 6월까지다.

신도림은 일일 유동인구만 13만명에 달하는 서울 서부권 핵심 지역이다. 지하철 1, 2호선 환승역인 동시에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등 쇼핑 시설이 인근에 포진해있다.

지난해 개점한 여의도 더현대서울 외에 타임스퀘어, IFC,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도 고객 유치 경쟁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구로구, 양천구, 영등포구에 모두 매장을 뒀다. 지하철 한 정거장 차이인 구로역에는 이랜드 리테일의 도심형 아웃렛 NC백화점이, 영등포역에는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이 있다.

NC는 ‘아이가 있는 30대 여성’을, 신세계는 ‘명품 구매족’으로 각각의 타깃 선정도 확실하다. 현대백화점이 디큐브시티점 계약 연장 대신 인근 점포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화력을 집중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디큐브 쉐라톤호텔도 오피스 빌딩으로 재탄생

국내 리테일 시설이 오피스로 바뀐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근 서울 오피스 수요가 크게 늘어난 점을 근거로, 이지스는 물론 임차 운영자인 현대백화점 역시 이러한 시나리오를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오피스 임대료는 5년 만에 최고치인 ㎡당 2만2500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부동산 리서치 업체 에비슨영도 5월 서울 오피스 공실률이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한 3.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3%대까지 수치가 떨어진 건 2009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실제 서남권 대표 특급호텔인 쉐라톤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은 지난해 영업을 종료하고 아예 오피스로 탈바꿈했다.

이달 말 ‘스페이스 K’라는 이름으로 공사를 완료하면, 연면적 약 3만평에 지상 42층(저층부 9~25층 포함), 지하 8층 규모를 갖춘 서부 최대 오피스 빌딩이 된다.

일단 현대백화점 측은 기존 계약대로 백화점을 운영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입점 브랜드와 계약 사항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신도림 인근 상권과 시장 수요, 구매력 비교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임대인이 바뀌었지만 임차 계약은 유효해 기존대로 운영할 것”이라면서도 “새 주인이 오피스 등 시설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고, 우리도 부동산 상황과 수요 등을 검토해 이후 사업 향방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지스자산운용 측도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고 오피스뿐 아니라 다양한 시설 변경을 검토 중”이라며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임차인과 충분히 소통하고 계획을 공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