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제품을 80% 이상 취급하는 홈쇼핑 회사 홈앤쇼핑의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난 데 이어 올해도 부진하다.

TV 시청자 수가 급감하면서 홈쇼핑 회사 모두 어렵긴 하지만 홈앤쇼핑의 경우 대주주인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소액주주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1일 홈앤쇼핑 주식 2만주를 보유한 개인 주주이자 홈앤쇼핑 경영정상화를 위한 소액주주 모임을 만든 안명학 대표는 “홈앤쇼핑이 추락하고 있어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홈앤쇼핑의 부실 경영은 대주주인 중기중앙회의 지나친 경영 간섭에 기인하고 있다”며 “이사회 의장인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중심으로 사실상 모든 주요 정책과 방향이 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작년 영업익 반토막…매출 85%가 송출수수료로 ‘업계 1위’

소액주주 모임이 홈앤쇼핑 경영에 반기를 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부진한 실적 때문이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3.1% 감소한 4254억원, 영업이익은 195억원으로 전년도(404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CJ온스타일·현대홈쇼핑·GS홈쇼핑·롯데홈쇼핑 모두 매출이 전년도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일제히 줄었으나 홈앤쇼핑 만큼 큰 폭으로 감소한 회사는 없었다.

홈앤쇼핑 측은 “송출수수료가 워낙 높아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홈쇼핑 업계의 오래된 골칫거리인 송출수수료는 방송 채널을 편성해주는 대가로 인터넷(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내는 자릿세다.

표면적으로는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사가 협상을 통해 송출수수료를 정한다고 하지만, 좋은 채널을 배정할 권한을 가진 유료방송사업자가 수수료를 올린다고 하면 홈쇼핑사가 막을 방법은 없다.

작년 기준 홈쇼핑 7개사는 매출액의 60%를 송출수수료로 냈다. 2012년 29%에 불과했는데 10년 간 연평균 3~4%포인트씩 올랐다. 시청자들이 TV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유료방송사업자들도 수익 확보를 위해 송출수수료를 인상하고 있다.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홈앤쇼핑은 작년 TV홈쇼핑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이 85%에 달했다. 중소기업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홈쇼핑이다보니 판매수수료율이 평균 20%대로 30%대인 다른 회사보다 낮은데다 온라인, 모바일 등 다른 채널보다 TV를 통한 매출 비율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홈앤쇼핑은 2020년 말부터 라이브 커머스(시청자와 소통이 가능한 실시간 모바일 생방송) ‘팡LIVE’를 시작한 데 이어 올해 기존 라이브커머스팀을 라이브커머스실로 승격하고 전용 스튜디오 2개를 구축하는 등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사에 비해 소극적인 투자로 성과가 부진하다. 팡LIVE가 올해 누적 시청 수 700만건을 기록하는 동안 CJ온스타일의 라이브커머스 채널 라이브쇼는 2000만건, 현대홈쇼핑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이 이미 지난해 5000만건을 돌파했다.

◇ 소액주주 “소극적 투자·중장기 전략 부재, 대주주 중기중앙회 탓”

홈앤쇼핑 소액주주들은 소극적인 투자와 중장기 전략 부재가 대주주인 중기중앙회의 경영 간섭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중기중앙회가 홈앤쇼핑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짜는 게 아니라 내부 인사를 내려보내 정·관계 영향력을 행사하는 창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홈앤쇼핑의 지분은 중기중앙회가 32%로 가장 많다. 그 외 주주는 ▲농협경제지주 20% ▲중소기업유통센터 15% ▲기업은행 10% 등 공적 성격을 띤 기관이 많아 정부와 여권의 입김이 작용하기 쉽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달 임기가 끝난 김옥찬 전 대표를 제외한 모든 최고경영자(CEO)가 임기 중 퇴진했고 이중 일부는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2012년 취임한 강남훈 전 대표는 중기중앙회 임원의 청탁을 받아 부정 채용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2018년 스스로 물러났다. 강 전 대표는 작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후임인 최종삼 전 대표는 2019년 사회공헌 명목으로 마련된 기부금 일부를 횡령하고, 여권 고위 인사에게 자신의 채용을 대가로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중도 사임했다.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 홈앤쇼핑이 사회공헌기금 절반 이상을 중기중앙회 산하 사랑나눔재단에 기부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홈앤쇼핑이 6월 23일 김옥찬 전 대표의 후임으로 이일용·이원섭 공동 대표이사를 선임한 것을 두고서도 소액주주들은 들끓고 있다.

롯데홈쇼핑 출신인 이일용 대표와 달리 이원섭 대표는 홈쇼핑 경력이 없는 중기중앙회 출신 인사다. 2020년 홈앤쇼핑에 상무로 영입된 후 2년 만에 대표로 고속 승진 했다.

이일용 홈앤쇼핑 영업부문 대표이사(좌)와 이원섭 홈앤쇼핑 경영부문 대표이사(우). /홈앤쇼핑

홈쇼핑 업계에선 홈앤쇼핑이 상장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신규 투자 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도 2019년 회장 선거 공약으로 이를 내걸었다.

그러나 상장을 위해선 홈앤쇼핑 정관에 있는 ‘주식 양수도 때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부터 고쳐야 하는데 방송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 규정 때문에 소액주주들은 장외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할 때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관 중 ‘중소기업 관련 단체 등이 지분 7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도 상장을 간접적으로 규제하는 요인이다. 증시에 상장되더라도 실제 유통주식 수는 30% 미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조선비즈는 소액주주의 지적과 관련해 홈앤쇼핑 측 의견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중기중앙회 측은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