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웅진씽크빅(095720)과 함께 온·오프라인 교육업체 빅3이자 ‘눈높이’로 잘 알려진 대교(019680)가 학령인구 감소와 오프라인 중심 사업구조로 직격탄을 맞았다.

창립 이래 최대 위기였던 지난해 사령탑에 오른 대교그룹 창업주 강영중 회장의 장남 강호준 대표가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진출로 사업구조를 바꾸는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실적 개선과 안정적인 승계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그래픽=손민균

29일 대교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1년 전보다 47% 하락했다. 최근 증시가 하락하는 국면에 접어들기도 했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육주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같은 기간 웅진씽크빅 주가도 44% 떨어졌다.

대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28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연간 영업적자는 1986년 법인 전환 이후 처음이다.

매출도 2019년 7619억원에서 17.7% 감소해 2020년 6270억원에 그쳤다. 매출 기준 교육업계 2위 자리를 웅진씽크빅(2020년 매출 6461억원)에 내줘야 했던 충격적인 한해 였다.

경쟁사인 교원, 웅진씽크빅 모두 코로나19로 매출, 영업이익이 주춤했다. 학습지 구몬으로 유명한 교원의 교육사업 부문은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0.7% 증가한 1조714억원, 영업이익은 17.1% 감소한 689억원을 기록했다. 웅진씽크빅 매출은 0.9% 감소한 6461억원, 영업이익은 35.4% 줄어든 14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대면 수업이 재개된 작년에도 대교는 2위 자리를 탈환하지 못했다. 오히려 웅진씽크빅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작년 대교 매출이 전년 대비 1.8% 증가한 6384억원, 영업손실은 소폭 늘어난 283억원을 기록하는 동안 웅진씽크빅 매출은 26% 증가한 8139억원, 영업이익은 91.4% 증가한 268억원이었다.

◇ 대교, 디지털 전환 시작은 빨랐지만 추진 늦었다

대교의 실적이 악화된 근본적인 원인이 오프라인 중심 사업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대교의 매출 90% 이상이 국내 영유아와 초등학생 대상 학습지 등 교육 서비스 산업에서 나온다.

대표 브랜드는 ‘눈높이’, 중국어 학습 프로그램 ‘차이홍’, 독서·논술 프로그램 ‘솔루니’, 영유아 대상 신체활동 교육 프로그램 ‘트니트니’ 등이다.

눈높이의 경우 방문교사가 학생과 만나 대면 수업을 하거나 공부방 형태의 ‘눈높이러닝센터’를 전국 2000여곳에서 운영한다. 코로나19 기간 방문 수업과 눈높이러닝센터 정상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실적에 마이너스가 됐다.

대교는 2015년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 교육 브랜드 써밋을 선보였으나 당시 스마트기기가 고가이고 비대면 수업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던 탓에 수학만 선보였고 국어, 영어 등 다른 과목으로 확대할 시기를 놓쳤다. 코로나19 기간 부랴부랴 콘텐츠를 확대했지만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웅진씽크빅은 학습지 회사에서 벗어나 ‘에듀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2019년 설립한 에듀테크연구소를 중심으로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출시한 AI 학습 플랫폼 스마트올은 2년 만에 회원 수 20만명을 돌파했다.

◇ 창업주 장남 강호준 대표, 디지털 전환 드라이브

작년 취임한 강호준 대표는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구조를 디지털로 바꾸는 중책을 맡았다. 1980년생인 강 대표는 2009년 대교에 입사한 뒤 미국 법인장, 해외사업총괄본부장,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역임했다.

강 대표는 작년 빅데이터·플랫폼 전문가 김우승 전 줌인터넷 대표를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영입했다. 전통적인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 아니라 IT 전문가를 임원급으로 앉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인사다. CDO 산하에 DT전략실, DT지원실, 디지털사업본부 등을 꾸리고 150여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작년 10월에는 메가존클라우드와 손잡고 디지털 교육 플랫폼과 콘텐츠 개발을 위한 합작법인 디피니션을 출범한 데 이어 12월 유아동 전집, 초등 온라인 교육 플랫폼 전문기업 에스티키즈를 인수했다.

지난 5월에는 유아·초등 스마트 학습지 운영사 윙크를 보유한 단비교육을 자회사로 둔 이투스교육 지분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스마트러닝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본입찰에는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교는 시니어(노인) 사업도 본격화 했다. 지난 1월 시니어 토탈케어 서비스 브랜드 ‘대교 뉴이프’를 선보였다. 대교 뉴이프는 장기요양보험 서비스 사업과 요양보호사 교육원 운영, 시니어 라이프케어 제품 출시 등을 계획하고 있다.

강 대표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3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시니어 시장 등 신사업 진출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며 “시니어 토탈 케어 서비스 브랜드 ‘대교 뉴이프’를 비롯해 신규 성인 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흡수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보유현금만 1600억...M&A·신사업 실탄 두둑

M&A와 신사업을 통한 체질 개선은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회사가 실적이 좋았던 시기에 쌓아놨던 현금이 상당해 실탄은 충분하다.

대교는 작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 금융기관 예치금, 공정가치금융자산) 1640억원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보유 현금이 줄긴 했지만 웅진씽크빅(845억원)에 비하면 상당한 규모다. 유형자산과 투자 부동산도 2815억원 규모다.

교육업계에는 강 대표가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본다. 대교그룹은 현재 강영중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98.2%를 보유한 지주회사 대교홀딩스를 통해 주요 사업회사인 대교를 지배하고 있다. 2대 지분 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강 대표의 대교 지분율은 0.03%에 그친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강영중 회장 차남인 강호철 상무가 대교홀딩스 대표로 신규 선임되며 장남 중심의 후계 구도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1982년생인 강호철 대표는 형과 마찬가지로 미국 법인에서 재직한 뒤 2019년부터 대교와 대교홀딩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다. 작년 대교홀딩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한 뒤 홀딩스 대표에 올랐다.

대교그룹의 한 관계자는 “흑자 전환 시점을 언급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