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기업 한샘(009240)의 인력 유출이 심화하고 있다.

한샘의 새 주인으로 올라선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발 ‘새판 짜기’가 임원진의 잇단 퇴진으로 이어지면서다. 가구·인테리어는 인력이 핵심인데, 근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샘 본사 사옥 전경. 한샘 제공

29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한샘을 이끌던 부서장 등 임원 11명이 최근 교체됐거나 교체될 예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사업 본부장 등 핵심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샘 전체 임원 규모가 42명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26%가량이 한샘을 떠나 적을 옮기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김태욱 온라인사업본부장(상무)과 임창훈 윤리경영실장(상무)이 지난 2월을 끝으로 한샘을 떠났다. 황인철 투자관리부서장(이사)은 한샘을 떠나 ‘태재재단’(구 한샘드뷰재단)으로 옮겼다. 태재재단은 한샘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이다.

핵심 사업군을 이끌던 본부장급 인사도 잇따라 퇴진을 정했다. 안흥국 리하우스사업본부장(사장)과 김덕신 키친바흐사업본부장(부사장)이 각각 자진 사퇴를 결정, 대기 발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한샘의 소비자 대상 홈 인테리어 사업의 급성장을 이끈 인물들로 꼽힌다.

사모펀드인 IMM PE의 새판 짜기를 견디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조 명예회장 등 지분을 사들이고 같은 해 12월 이사회를 장악한 IMM PE는 지난 2월부터 잇따라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특히 SCM(공급망관리)본부장부터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6명을 새로 배치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가구·인테리어 업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인사들이 새로 배치되면서 기존 임원진들의 반발이 심했다”면서 “특히 이들 중에는 79년생인 인사도 있어, 사실상 기존 임원들을 나가라고 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고, 결국 임원진 이탈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샘의 신규 임원은 모두 40대로 이들 중에는 가구업계 출신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지원본부장, 기업문화실장 외 사업에 직접 관여하는 SCM본부장, CX(고객경험)본부장, DT(디지털전환)부문장마저도 가구·인테리어 사업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원진의 이탈은 곧장 한샘을 구성했던 직원들의 이탈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샘 사업보고서 내 직원 등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491명이었던 정규직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2199명으로 감소했다. 3개월 새 전체 인력의 11% 이상(292명)이 줄어든 셈이다.

그래픽=손민균

한샘 측은 자회사 한샘개발로 고객 응대 등을 이관한 데 따른 직원 감소라는 설명이지만, 내부에선 인력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샘 내부 관계자는 “IMM PE로 주인이 바뀐 후 임원이 나가고, 임원을 따라 부장이 나가고, 부장을 따라 차장이 나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샘의 다른 관계자는 “IMM PE는 인수 초기 팀워크를 중시하는 문화 정착으로 원팀(One Team) 정신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실상은 달랐다”면서 “다음 차례는 직원이 될 수 있단 얘기가 이미 나오고 있다. 주니어 직원들마저 속속 새로운 직장을 알아봤거나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샘의 시장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공법과 시공이 핵심인 홈 인테리어 시장의 특성상 인적 자원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가 핵심이지만, 해당 부분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핵심 인사들이 이미 이탈했거나 퇴사를 앞두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의 평가도 냉담해졌다. 올해 들어 주요 증권사들이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샘은 한때 10조원 매출 목표를 내기도 했는데 수뇌부 교체 후 해당 목표에 의한 수행 의지와 현실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한샘의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0.2% 폭락했다. 여기에 매출까지 5260억원으로 4.9% 줄었다.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원부자재 가격이 뛰면서 지난달 영업이익은 월 기준 적자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