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2위 업체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식자재 유통 시장에서 속속 발을 빼고 있다. 주문 중개로 음식을 배달한 뒤 가맹 음식점에 다시 원재료인 식자재를 넣는 구조인 만큼 한때 배달 앱 업체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았지만,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요기요는 지난달 말을 끝으로 가맹 음식점 대상 신선식품 납품 서비스인 ‘싱싱배송’의 운영을 종료했다. 지난해 말 과일, 야채, 수산물, 육류 등 95개 품목을 서울, 경기, 인천 소재 입점 식당에 납품하기로 하고 해당 서비스를 시행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요기요가 지난해 12월 선보였던 식자재 배송 서비스 '싱싱배송'. / 위대한상상 제공

이달 말에는 배달용기와 가공식품, 음료 등 소모품을 가맹 음식점에 공급해 주는 ‘알뜰쇼핑’ 운영도 완전히 접기로 했다. 2015년부터 7년여간 동안 운영돼 왔지만, 오는 6월 23일 오전 10시까지 결제 완료된 주문 건에 대해서만 상품을 배송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요기요 관계자는 “싱싱배송은 알뜰쇼핑 안에서 테스트 운영하던 서비스로, 알뜰쇼핑 운영 정책 변경에 따라 종료하게 됐다”면서 “소모품이나 식자재 공급 대신 앞으로는 자영업자 교육이나 컨설팅 등 사장님 니즈가 더욱 큰 지원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7년 4월 식자재 전문 쇼핑몰 ‘배민상회’를 출범했던 배달의민족도 사업 축소 수순에 들어갔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3월 강원 지역에서 식자재 익일 배송 서비스인 ‘든든배송’의 운영을 접었고, 이달 충청·영남·호남 지역에서도 해당 서비스 운영을 종료했다.

시장에선 배달 앱의 식자재 납품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음식점주들이 특정 업체와의 구매 계약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이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은 약 40조원으로 추정된다. 거래액의 80% 이상은 중소상인과 식자재 마트가 점유하고 있다. 아이마켓코리아·서브원 등 주요 업체의 점유율이 5~10% 수준이고, CJ프레시웨이(051500)신세계푸드(031440) 등은 소규모 음식점주보다는 프랜차이즈 업체와 거래한다.

업계에선 배달의민족 등 배달 앱 업체의 중개 수수료 인상 등에 따른 점주 반발도 시장 미안착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점주와 고객이 각각 부담하는 배달비에서도 수익을 내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300명의 음식점주들의 주문 거부·탈퇴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배달 플랫폼 횡포 대응을 위한 배달 사장님 모임’에 들었다는 한 음식점주는 “점주들 사이에서 배달 앱 종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면서 “배달 앱을 떠날 수 없는 만큼 식자재만큼은 배달 앱을 통해서 구입하지 않겠다는 점주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식자재 전문 쇼핑몰 ‘배민상회’. / 우아한형제들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달 앱의 식자재 등 납품 수익성은 악화했다. 요기요는 기존 소모품이나 식자재 납품 업체를 끌어오는 방식으로 알뜰쇼핑을 운영했는데, 이를 이용하는 점주가 없어 운영비 등 비용 부담이 누적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의민족은 최근 서비스 이용료를 인상했다. 3만원 이상 무료배송 등을 지속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무료배송 기준을 10만원으로 올리고, 최소 주문 금액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렸다. 또 10만원 이하 주문에 대해서는 배송비 5000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배달의민족이 식자재 납품 서비스를 더욱 축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협회)가 지난해 10월 ‘식자재도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진행하면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식자재 납품 서비스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관련 실태조사도 진행했다.

동반성장위원회 측은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지정되면 매출액 1500억원 미만,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의 기업만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배달의민족은 확장 자제, 현금성 프로모션을 통한 홍보 자제 등 권고를 받게 되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이츠는 처음부터 식자재 유통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 임직원과 가맹점주를 상대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신선식품을 소량 저렴하게 판매하는 형태의 쿠팡이츠딜을 시범 운영한 데 그쳤다. 현재 쿠팡이츠딜은 쿠팡 로켓프레시에서 일반 소비자 대상 ‘마감세일’로 확장됐다.